< 살아 돌아오길… >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자를 실은 배와 헬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살아 돌아오길… >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자를 실은 배와 헬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엄마 내가 나중에 말 못할까봐. 사랑한다.”

16일 침몰한 세월호에 타고 있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신모군이 이날 오전 9시27분에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에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 신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나도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들의 답장은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진도 여객선 침몰 대참사] 바다가 삼킨 수학여행…침몰 직전 "엄마 사랑해" 문자 보내
함께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2학년 김모양도 오전 8시57분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양은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걱정 마세요. 구명조끼 입었어요”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이후 그는 어머니에게 동영상 하나를 보냈다. 동영상에는 김양의 모습과 함께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라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학생들은 침몰 직전까지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신군과 김양은 모두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은 끝내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구조된 학생들을 모아 놓은 진도 실내체육관은 사랑하는 아들 딸의 행방을 찾지 못한 부모들의 한숨과 오열이 밤새 이어졌다. 학부모 한 명은 자리에 주저앉아 “우리 딸 어디 갔어. 제발 우리 딸 좀 살려주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구조자 명단에 그가 목놓아 불렀던 딸의 이름은 없었다.

부모들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을 지켜본 지역민들과 구조요원 등도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진도 주민 박만수 씨는 “누군가는 이번 사태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어린 학생들이 꽃 같은 청춘을 피어보지도 못하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단원고 연극부 단체 카톡방에서는 학생들이 급박한 순간의 두려움과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출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한 학생은 사고 직후인 오전 9시5분께 “우리 진짜 기울 것 같아. 얘들아 진짜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고 카톡을 남겼다. 이 카톡방 다른 학생들도 “배가 정말로 기울 것 같다” “연극부 사랑한다” 등의 메시지를 잇따라 남겼다.

‘웅기’라는 카톡 닉네임을 쓰는 한 탑승객은 “방안 기울기가 45도야. 데이터도 잘 안 터져. 근데 지금 막 해경 왔대”라고 오전 9시25분께 형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은 곧바로 “구조대가 금방 오니까 우왕좌왕 당황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 데이터 터지면 형한테 다시 연락해”라고 보냈으나 동생은 아직 형의 답신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호/진도=김재후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