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과 카카오톡이 손잡고 운영하는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에서 16일 소비자들이 캐릭터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현대백화점과 카카오톡이 손잡고 운영하는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에서 16일 소비자들이 캐릭터상품을 구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6일 오후 현대백화점 신촌점의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단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에 등장하는 각종 캐릭터를 그대로 옮긴 인형, 의류, 액세서리, 문구 등에 대학생 손님들이 몰렸다. 6900원짜리 머그잔을 비롯해 미니인형(1만6000원), 휴대폰케이스(2만9000원) 등을 한가득 집어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4일 문을 연 이 매장은 닷새 만에 2억원어치를 팔아치워 백화점 측을 놀라게 했다. 지금 추세라면 오는 20일까지 누적 매출이 4억원은 너끈히 넘을 것이란 설명이다.

스마트폰에서 튀어나온 메신저 캐릭터가 백화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카카오톡은 현대와, 라인은 롯데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캐릭터상품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 신촌점의 사례에서 보듯 젊은층을 끌어모으는 효과가 강해 백화점의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라인이 지난해 10월 본점 영플라자에서 시범 운영했던 팝업스토어. 라인플러스 제공
롯데백화점과 라인이 지난해 10월 본점 영플라자에서 시범 운영했던 팝업스토어. 라인플러스 제공
롯데백화점에서는 22일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가 라인 관련 캐릭터상품을 판매하는 상설매장을 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하는 건 처음이다. 본점 영플라자 1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노른자위 자리에 100㎡(약 30평) 크기의 널찍한 매장을 낸다. 휴대폰줄(6000원), 피규어(2만원), 인형(6만원) 등 라인 캐릭터상품 300여종을 판매한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본점 영플라자에 라인 팝업스토어를 시범 운영해 19일 동안 매출 2억3400만원을 올렸다. 당시 본관과 영플라자를 잇는 연결통로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초소형 매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판매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젊은층 잡아라…백화점 간 라인·카톡'킬러콘텐츠'로…카톡 인형, 5일만에 2억원어치 불티
유인상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스마트폰에 친숙한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고객을 많이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라인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일본·중국 관광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는 일본 골든위크(4월25일~5월6일) 기간엔 아예 영플라자 건물 외벽을 라인 캐릭터로 도배하는 등 라인 매장을 이 점포의 대표적인 ‘킬러 콘텐츠’로 내세울 계획이다.

현대는 25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에도 카카오톡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상설매장으로 입점시키기 위해 카카오 측과 논의 중이다.

메신저와 백화점의 ‘친구 맺기’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백화점들은 메신저 캐릭터상품으로 인터넷몰로 이탈한 젊은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기영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카카오프렌즈 매장을 선보인 뒤 신촌점에 하루 평균 3000명의 고객이 더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카카오톡과 라인 역시 새로운 수익 기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캐릭터상품 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들은 스마트폰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메신저 마케팅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업체와 친구를 맺으면 할인 쿠폰, 행사 정보 등을 보내주는 ‘플러스친구’ 서비스의 경우 롯데가 120만명, 현대가 50만명, 신세계가 4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