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A씨는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모바일 안전결제(ISP)’라는 항목으로 550원이 청구된 것. 3월에 이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언제 가입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해당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에 문의하니 “이미 지난해 1월 가입해 지금껏 매달 550원씩 요금이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몇 달째 한번도 쓰지 않은 서비스라며 항의했지만 “본인이 직접 가입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모바일 ISP’로 인한 피해자가 늘고 있다. 모바일 ISP는 휴대폰에서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매번 입력하지 않고 미리 설정한 ISP 인증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결제승인정보제공사(VAN) ‘브이피’가 제공하고 비씨카드와 국민카드 등이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휴대폰에 저장된 ISP 인증서를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ISP 휴대폰 저장 서비스’다. 매월 550원(부가세 포함)이 부과되는 서비스임에도 유료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가 많다. 하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표시된 ‘이용요금’ 문구를 보지 못해 그저 결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가입하는 사용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트위터에는 연일 피해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사용자가 인터넷 결제 시 무심코 ‘확인’ 버튼을 누르는 점을 악용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브이피 측은 “유료 서비스임을 표기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브이피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피해자들의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브이피는 모바일 ISP를 채택하고 있는 비씨카드(50.9%)와 국민카드(10.8%)가 결제대행사 이니시스(20.7%)와 합작으로 세운 회사다. 지난해 서비스를 해지했다는 김모씨는 “비씨카드 등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사 회원들의 돈을 뜯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종/김재후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