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5 디자인 논란 되는 건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했기 때문"
“디자인이 논란이 되는 건 그만큼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말이 많이 나올수록 제품은 잘 팔린다.”

갤럭시S5가 지난 11일 125개국에서 출시됐다. 디자인을 총괄한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부사장·사진)은 자신만만했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장 부사장과 만나 인터뷰를 했다.

2월 말 공개되자 일부 외신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찍어낸 싸구려 디자인’이라고 혹평했다. 뒷면에 미세한 구멍을 뚫은 ‘타공패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렸다. ‘앞 모양이 갤럭시S4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부사장은 “유미주의(아름다움을 우선하는 사조)는 삼성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수많은 디자인을 했고 예술가들의 극찬을 받을 만한 것도 있었지만 겉모습보다 소비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주는 데 집중했다는 얘기다.

그는 “소비자를 긴장시키는 날카로움이 아닌 편안함을 담았다”며 “디자인을 ‘기술’로 봤을 때 잘한다 싶은 회사들은 있지만 실용성 편의성 등 종합적 가치를 놓고 보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후면 소재를 쿠션감 있는 양가죽 느낌으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 부사장은 “우리는 수천만대의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라며 “특정 집단이 아닌 모두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디자인 트렌드를 ‘복고적 모던함’으로 요약했다. 갤럭시S5가 각진 형태를 띠면서도 ‘일렉트릭 블루’ 등 다양한 색깔로 출시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이제 휴대폰은 정보기술(IT) 기기라기보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인 만큼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갤럭시S 시리즈는 세계적인 히트작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본 성공 비결은 뭘까. 장 부사장은 삼성의 ‘융복합 정신’을 꼽았다. 그는 “1300여명의 디자이너 중 미대 출신은 60~70%에 불과하고 공학 심리학 사회학 등 30여개 전공자가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의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장 부사장은 “삼성 경영진은 경험과 교육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며 “교수로 일하다 왔지만 한번도 경영진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교수 출신인 그는 2006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밀라노=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