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철수의 불통(不通)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기초선거 ‘무공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지난 8일 밤 기자는 최문순 강원지사를 만났다. 최 지사는 “늦게라도 당원 뜻을 묻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에 관심 있는 국민은 고작해야 3000명 정도밖에 안될 것”이라며 “대다수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안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것은 ‘자기정치’ ‘엘리트정치’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의 이날 결단은 그에겐 정치적 승부수다. 하지만 서울시장과 야권 대선후보 양보, 민주당과의 합당 결정에 이은 네 번째 ‘철수(撤收)시리즈’로 여기는 반응이다. 꿈쩍도 않을 듯하던 그의 원칙과 소신이 한순간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을 수차례 보아온 탓이다. 당내 강경파의 등쌀과 공천 폐지를 철석같이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침묵 속에 그가 얼마나 궁지로 내몰렸을지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벼랑 끝으로 스스로를 몰고 간 측면이 없지 않고, 그 원인으로 그의 소통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안 대표는 결단에 앞서 박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출구전략으로 삼았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직접 찾아가 면담을 신청했으나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박대와 대통령의 불통(不通)에 그는 절망을 느꼈을 법하다. 하지만 일방적이고 전례가 없었던 회담 요청은 일부 여론의 동정을 샀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그의 비정치적 소통기법을 드러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왔다.

과거 ‘안풍(안철수 바람)’에 열광했던 수많은 지지자들을 포함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정치적 멘토들이 줄줄이 그의 곁을 떠났다. 이들은 틈만 나면 안 대표의 소통방식에 답답함과 섭섭함을 토로했었다.

국회기자단은 지난 3월 초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두 명에게 간담회를 요청하고 있다. 김한길 공동대표가 흔쾌히 응한 간담회는 아직 기약이 없다. “마음에 준비가 안됐다”며 안 대표가 거절하고 있어서다. 기자단 전체가 퇴짜를 맞은 것이다. 그의 불통은 박 대통령과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손성태 정치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