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카페에 들어선 순간, 사회참여가 시작된다
“한 손에 꼭 쥐었던 동전 한 닢을 다른 손으로 옮기면 그 동전은 단순한 동전이 아니라, 손의 온기가 묻어 있는 동전이 되지.”

‘화이트 독 카페’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는 창업자 주디 윅스(사진)의 지인이 던진 한마디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이 카페는 연매출이 500만달러(약 52억원)에 이르며 ‘미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레스토랑’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으로 꼽히는 곳이다.

[책마을] 카페에 들어선 순간, 사회참여가 시작된다
《뷰티풀 비즈니스》는 이 카페의 창업주인 저자가 어떻게 ‘비즈니스는 돈이 전부가 아니며 결국은 인간관계’란 신념을 갖고 화이트 독 카페를 성공시켰는지 보여준다. 윅스는 “돈은 그저 수단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물건을 사거나 파는 사람 혹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이며, 나아가 지구 자체와의 관계”라고 말한다.

화이트 독 카페에선 유기농 음식과 인도적으로 길러진 식재료만을 써서 요리를 내놓는다. 뿐만 아니라 윅스는 지역 농부들이 책임감을 갖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거래처를 확보해줘 지역경제를 도왔다.

그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매상을 거쳐 1년 내내 거의 똑같은 맛을 내는, 풍미도 없고 싱거우며 푸석푸석한 토마토나 복숭아에 익숙하지만 제철에 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장거리 수송하면 탄소가 배출돼 풍미가 확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역 농부들에게 재료를 구입한 것은 갓 수확한 채소가 더 맛있기도 하지만 지역 음식에는 그 이상의 가치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디는 이 카페를 단순한 카페 이상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여기서 농부·어부·제조업자들과 만나 직접 생산 과정을 들었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던 이들이 카페를 통해 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대표적인 게 ‘60억명을 위한 식탁을 주세요’란 이름의 좌담회다. 저자는 베트남, 러시아, 리투아니아, 쿠바 등을 방문해 현지 레스토랑과 자매결연을 맺은 뒤 여행 후기를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개발도상국을 지배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무력 사용, 노동력 착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카페를 중심으로 지역, 국가, 국제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시스템에 올라타지 않고도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저자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맛있고 윤리적인 음식을 갈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무언가를 배우는 데 목말라 했다”며 “‘음식, 재미, 사회적 활동’은 이 카페의 좌우명이 됐다”고 말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시작한 화이트 독 카페는 현재 100여명의 직원이 일하며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윅스는 화이트 독 창립 25주년이었던 2009년 1월 이 카페를 팔고 지금은 차세대 기업인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생생하고 현장감 넘치는 문장이 매력적이다. 다 읽고 난 뒤 마음에 새싹이 돋아나는 책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