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 아들을 사칭해 여성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소개팅 등으로 만나 알게 된 여성 6명을 상대로 신분을 속여 금품 3억원 상당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김모씨(34)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과 8범인 김씨는 지인의 소개를 받거나 백화점 명품관에서 우연히 알게 된 피해 여성 6명과 ‘문어발식’으로 교제했다. 그는 자신을 대기업 오너 자제나 유명 건축가의 조카라고 속였다. 김씨는 여성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만남 초기에 수백만원을 과감하게 쓰고, 다른 여성에게 빌린 외제차를 운전한 뒤 한남동 고급빌라로 데려가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여성들이 자신을 신뢰한다고 판단되면 “아버지와 사업 문제로 다퉈 신용카드와 돈을 전부 뺏겼다”고 속인 뒤 현금과 수표,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생활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피해 여성들은 김씨의 능숙한 말솜씨와 씀씀이, 명품으로 치장한 모습 등에 속아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에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피해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