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웹툰 작가들이 사인회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지난해 10월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웹툰 작가들이 사인회를 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올해를 ‘웹툰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웹툰시장이 커지면서 실력 있는 만화가가 많이 배출됐고, 최근 들어 해외에서도 국내 웹툰을 즐겨보는 팬이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웹툰 시장 활성화 위한 10년의 노력

네이버는 2005년 3개의 연재 작품으로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만화 시장은 열악했다. 만화는 ‘애들이 보는 것’이란 인식이 강했고, 출판 만화는 일본 만화를 번역하는 게 고작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네이버 웹툰에서는 200명이 넘는 국내 프로 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웹툰 독자도 한 달 평균 1700만명을 넘는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한 것이다. 2차 저작 활동도 활발해졌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출판 캐릭터 상품 등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웹툰인 ‘후유증’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웹드라마는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총 400만회 이상 재생되기도 했다.

네이버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성과는 아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다양한 시도가 국내 웹툰시장 발전의 한 축이 된 데에는 이견이 없다. 네이버는 웹툰 초창기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해 아마추어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도전 만화 코너’를 만들었다. 요일별로 작품을 연재하는 요일제 시스템도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원고료 외에 작가에게 추가 수익을 주기 위해 ‘페이지 프로핏 셰어(PPS)’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글로벌 진출과 가능성


네이버는 작년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국내 웹툰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5일간의 행사 기간에 2만명이 넘는 방문자가 네이버 웹툰 전시관을 다녀갔다. 도서전이 열리는 동안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30여편의 네이버 웹툰에 대한 판권 상담을 문의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도서전에서 열렸던 웹툰 작가들의 사인회에는 이른 오전부터 기다린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첫날 두 시간 동안 사인회를 진행하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다음날에는 번호표까지 등장했을 정도”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네이버는 서두르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웹툰 콘텐츠가 단기간에 세계 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갖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앞으로 단계를 나눠 해외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는 작품과 작가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2단계로 2017년까지는 독자 확대에 나선다. 2020년까지는 웹툰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웹툰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불법 번역본의 유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한성숙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은 “해외의 불법 번역 사이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와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