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귀한 전세…세입자 오디션?…집 보여주는 날 6팀 '동시 집합'
얼마전 경기 부천시 중동에서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찾은 직장인 A씨(34)는 집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집주인은 새 아파트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30분간만 집을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약속한 날 집을 보러 간 A씨는 깜짝 놀랐다. 집안이 6팀의 예비 세입자들로 북적거렸다. 중개인은 A씨에게 최대한도로 부담할 수 있는 전세금, 이사 날짜,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이 있는지 등을 물어본 뒤 “집주인이 세입자를 선정하면 저녁 때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이사 날짜에서 감점을 받고 탈락했다.

최근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입자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 전세 구하기 백태가 벌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새 아파트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하다고 부동산 중개인들은 전했다.

전셋집을 빨리 구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사람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B씨(39)는 전세 계약 만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집을 구하지 못했다. 사정이 급해진 B씨는 비겁하지만 회사 선배가 알려준 방법을 쓰기로 했다. 집을 구하기도 전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교통비와 점심값으로 쓰라’며 봉투에 10만원을 넣어 건넸다. 거래가 성사되면 웃돈을 주겠다는 말도 했다. 덕분에 세입자 대기순서를 앞당긴 B씨는 집을 구했다. B씨는 “아이 학교 문제도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임차인 고르기를 하다 보니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자녀들을 출가시킨 후 남편 없이 혼자 사는 80대 여성 C씨는 서울 당산동에서 전셋집을 구하면서 몇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나중에 중개인은 조심스레 “집주인은 혹시라도 할머니가 돌아가실 경우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