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박근혜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3차 핵
[시론] 드레스덴 구상, 결실을 위해
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한·중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비핵화 및 대북정책 추진과 관련해 관련국들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공고히했다. 이어 독일을 국빈 방문해 통일 독일의 실상을 현장에서 재확인하고, 성공적인 통일의 상징인 옛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실천에 옮겨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 교류협력의 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강조해왔다. 이를 반영한 ‘드레스덴 통일구상’은 현 단계 남북관계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장애 요소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과제들을 논리적이면서도 절제된 방식으로 제시했다.

드레스덴 구상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불신과 대결 등 네 개의 장벽이 있음을 전제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남북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드레스덴 구상에서는 이 같은 통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과제로서 남북한의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이런 교류협력은 일방적이고 일회성적인 이벤트보다는 인도적 지원 확대, 민생인프라 구축 및 남북 주민들 간의 동질성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남북 간 협력채널을 조속히 가동하자고 제안했다.

드레스덴 구상은 박 대통령의 오랜 경험과 사색의 산물로서 치밀함과 진정성을 담고 있으나 각종 교류협력안이 본격적으로 성사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안을 비롯한 각종 제재와 천안함 폭침 이후 실시되고 있는 5·24 조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대규모 식량과 비료 등을 반대급부로 기대하거나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드레스덴 구상에서 제시된 교류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유엔을 통해 즉시 지원할 수 있는 ‘모자패키지’ 이상의 대북 인도적 사업과 최소한 농업분야와 북한 내 특구개발에 대한 컨소시엄 접근의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우려와 현실적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드레스덴 구상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설치 운영을 제시했다. 현 단계에서 5·24 조치의 전면 해제나 부분 완화를 취할 수 있는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 5·24 조치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5·24 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사업과 추진 방식을 적용하는 한편 남북협력사무소를 통해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해 내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비핵화를 엄격한 전제 조건으로 상정하지는 않았으나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통한 평화와 안전을 통일한국의 미래상으로 분명히 하고, 북한에 대한 본격적이고 대규모 지원을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돼야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중 간, 한·미·일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공조체제를 공고히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압박과 보상구조를 보다 촘촘히 마련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다시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 북한체제의 생존과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 당국은 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 강행 등 새로운 도발이나 협박을 통해 긴장을 조성하기보다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긴 드레스덴 제안을 적극 수용해야 할 것이다.

유호열 < 고려대 북한학 교수 yooh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