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사전 체험행사로 미리 공개한 '갤럭시S 5'. (왼쪽) 헬스케어 기능인 'S 헬스' 및 후면 커버를 분리한 내부 모습. 사진=김민성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 사전 체험행사로 미리 공개한 '갤럭시S 5'. (왼쪽) 헬스케어 기능인 'S 헬스' 및 후면 커버를 분리한 내부 모습. 사진=김민성 기자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 5' 국내 공급을 오는 27일부터 시작한다. 당초 예고한 글로벌 출시일인 다음달 11일에서 일정을 보름 앞당긴 셈이다. 같은 기간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정지를 피한 SK텔레콤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삼성전자가 제품 홍보관으로 직접 운영 중인 서울 서초사옥 지하 1층 '삼성 딜라이트'(samsung d'light) 및 서울 삼성디지털플라자 지점 등을 확인한 결과, 삼성전자는 24일부터 '갤럭시S 5' 현장 사전 예약에 돌입했다.

기자가 직접 사전 예약을 해보니 이들 판매점은 성명, 생년월일, 연락처, 주소, 색상 등 간단한 고객 정보를 받은 뒤 오는 27일부터 '갤럭시S 5'를 수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들 판매점 사전 예약자에 한해 27일부터 '갤럭시S 5'를 공급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24일 내려보냈다. 초기 입고 물량은 대부분 SK텔레콤용으로, 빠르면 27일 당일 개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업정지 중인 KTLG유플러스 가입자라도 가입 2년 이상이면 기기 변경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이들 통신사 신규 가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말기만 먼저 구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딜라이트 관계자는 "내달 11일 출시에서 이달 27일 출시로 정책이 변경됐다는 연락을 24일 받았다"며 "다만 최초 입고 물량 규모나 색상, 이통사별 현황 등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4월 11일이 글로벌 출시일이지만 지역 법인 정책에 따라 국가별 출시일은 변동 가능하다"며 "국내 출시일은 국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만 확인했다.

◆ 글로벌 출시작 '갤럭시S 5' 국내 공급 당긴 이유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 5' 국내 공급을 보름이나 앞당긴 이유는 이통 3사 영업정지 변수와 수익률 방어 등의 이유가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이통 3사는 지난해부터 보조금 과당 경쟁을 일삼다 역대 최장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황. 설상가상으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으로부터 최근 각각 14일, 7일씩 영업정지를 더 부과받았다.

'갤럭시S 5' 글로벌 출시일인 4월 11일이 영업 정지 기간 한가운데 놓이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베스트 셀러인 갤럭시S 시리즈 최신작이 국내에 출시되지만 초반 흥행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13일부터 1차 영업정지에 돌입했다. 하지만 2700만 고객을 보유한 이통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다음달 5일부터 영업정지다. '갤럭시S 5' 출시일을 이달 27일로 당기면 SK텔레콤 고객만이라도 최소 10일 간 확보할 수 있는 셈이어서 '마케팅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삼성전자 실적 악화 우려도 '갤럭시S 5' 조기 출시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올해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8조원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증권업계 등은 점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 8000억원)보다 10% 가까이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매해 1분기가 정보기술(IT) 업계 전통적 비수기이고, 지난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탓도 있다. 하지만 갤럭시S 및 '갤럭시 노트' 등 고가 스마트폰 수요가 점차 둔화하면서 하반기에는 실적 악화가 더 심해진다는 부정적 전망이 만만찮다.

업계는 '갤럭시S 5' 조기 출시를 최근 사전 체험행사 때부터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 20여일 전부터 전세계 대중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국내는 22일부터 딜라이트를 포함한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이통 3사 대리점 등 45개 매장에서 공개하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영업정지 및 실적 악화 우려 뿐 만 아니라 '갤럭시S 5' 혁신성 부재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가 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기 공급 결정은 삼성전자가 국내 위기를 정면 돌파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