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펀드는 좋은 식당 선택하듯이 메뉴 적고 주방장 오래 일한 곳 골라라"
주식 투자로 돈 벌기 쉽지 않다.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기 십상이다. 뭘 사야 할지 고르기도 어렵다. 확고한 투자 철학이 없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변동성이 심한 증시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고수’들의 비법을 시리즈로 엿본다.

"좋은 펀드는 좋은 식당 선택하듯이 메뉴 적고 주방장 오래 일한 곳 골라라"
“몇 년 전 막걸리가 유행하자 주류회사 주가가 급등한 적이 있었죠. 전 한 주도 사지 않았습니다.”

‘가치투자’ 대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54·사진)은 “유행을 좇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저평가된 주식에 장기간 넣어놓는 게 핵심이다. 이달 초 경기 판교로 본사를 옮긴 후 처음 언론과 마주한 강 회장은 한국 증시의 ‘단타’(단기 투자) 문화를 무척 아쉬워했다. 그는 “주식투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는 것이고 주가의 일시적 등락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이 강조하는 투자 포인트는 세 가지다. 산업의 방향성과 지속성, 경쟁 우위다. 그는 “노인 인구가 늘면 크루즈 관광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력과 추론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 “미래에 유망할 것 같은 분야도 일시적 유행에 그칠 수 있다면 투자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경쟁 구도가 치열해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그는 “환경이 급변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기업을 찾아내 평생 동반 성장한다는 게 내 투자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연상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예컨대 중국에서 세탁기가 잘 팔리면 가전업체 주식을 살 게 아니라 세제용품 생산업체를 찾아보라는 논리다. 강 회장은 “제품의 효용성과 가격 경쟁력 못지않게 고객과의 구매 접점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꼭 따져봐야 한다”며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럭셔리 산업이 팽창했고, 도로 확장이 이뤄지면서 자전거 인구가 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보통 전문 투자자들이 주식 매입 전에 꼭 살펴보는 지표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지만, 강 회장은 PER만 중시한다. PE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며,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지표다. 강 회장은 “기업 주가가 장기 상승하려면 이익이 꾸준히 늘어야 한다는 점에서 PER은 매우 유용한 지표”라고 지적한 뒤 “PBR은 기업이 청산했을 때만 가치 있는 숫자여서 큰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펀드 평가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강 회장이 직접 운용하는 에셋플러스의 지난 5년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144.13%(24일 기준)다. 전체 42개 자산운용사 중 압도적인 1위다.

국내 1만개가 넘는 펀드 중에서 최적의 상품을 고르는 방법은 뭘까. 그는 “냉면 전문 식당에서 짜장면을 팔면 맛이 있겠느냐”며 “가급적 펀드 수가 적고 기왕이면 오래 근무한 매니저가 많은 곳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펀드의 과거 수익률을 맹신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면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아 보일 수 있다”며 “수익률이 좋다면 배경을 따져보고 그 운용 철학이 장기간 유지될 것인지 판단하라”고 귀띔했다.

■ 강방천 회장은

전남 신안 출신이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했다. SK증권 쌍용투자증권 등에서 펀드매니저를 했다. 외환위기 때 1억원을 투자해 150억여원을 벌어 1999년 에셋플러스를 창업했다. 작년 스웨덴 자산운용업체인 맨티코어캐피털로부터 존 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투자자 99명’으로 선정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