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국인을 알려면 이 남자를 이해하라
‘현대 성공 철학의 아버지’로 손꼽히는 미국의 데일 카네기(1888~1955·사진)는 성인이 된 후 줄곧 ‘내가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들’이라는 서류철을 보관했다. 이곳에는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마음 먹은 실수들을 기록했다. 그는 “그 서류철을 꺼내 나를 비판한 내용을 다시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며 “나의 가장 중요한 문제, 즉 ‘데일 카네기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가 기록한 실수들은 이전 세대에서 미덕으로 꼽혔던 도덕적·영적인 차원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거나, 부정적인 말을 했거나 등이었다.

카네기는 가치의 중심을 내면의 도덕적 성품을 기르는 것에서 상대방에게 주는 인상을 만드는 것으로 옮겼다. 여기에는 카네기의 개인적인 삶뿐만 아니라 자기 충족이라는 현대 미국 문화의 핵심이 들어 있었다.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이미지와 호감 가는 성격을 보이는 것 말이다.

[책마을] 미국인을 알려면 이 남자를 이해하라
《인간관계를 발명한 남자》는 카네기의 생애를 다룬 평전이다. 카네기는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어 현대 미국인의 가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쓴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1936년 발간 이후 세계 각국에서 3000만부 이상 팔렸다.

현대사회에서는 호감 가는 성격과 자신감, 인간관계 기술 개선으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고 심리적인 관점으로 인간의 욕구를 가늠하고 충족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카네기의 주장이다. 카네기는 “복잡하고 도시적인 관료주의 사회에서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야말로 성취와 지위, 번영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도 뒤따랐다. 카네기는 행복의 중요성과 좋은 인간관계가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했지만 부의 축적을 최종 목표로 강조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는 자신의 성공 철학을 따른 사람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됐다”고 늘 강조했다. 비평가들은 그의 책을 ‘돈벌기’에 관한 능숙한 지침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저자도 “인간관계와 세심함, 비(非)판단을 강조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상처받은 개인의 욕구는 중요해졌지만 도덕성과 사회 정의, 심지어 경제적 행복의 틀마저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현대 미국인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평전 발간에 맞춰 ‘카네기 인간관계론’도 다시 완역돼 나왔다. 1936년 초판의 95쇄본을 완역한 책으로 로웰 토머스의 서문과 카네기 강좌에 대한 당시 광고물 등도 담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