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한국 촬영…경제효과 年 1234억원…'스크린 투어리즘' 뜬다
워너브러더스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 ‘호빗’(2012년 개봉)을 뉴질랜드에서 찍기로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배우노조가 훼방을 놓았다. “제작사가 근로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며 촬영을 거부한 것. 제작진은 촬영지를 다른 나라로 옮길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자 뉴질랜드 정부는 노동법을 바꿨다. 영화 제작사가 노조원에 각종 수당과 휴가를 보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지난해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의 8%는 ‘호빗’ 촬영지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세계는 지금 ‘스크린 투어리즘’ 전쟁 중이다. 스크린 투어리즘이란 영화가 흥행한 뒤 그 촬영지에 관객들이 몰리는 현상이다. 각국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영화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미국 마블스튜디오와 협의해 강남대로와 마포대교 등을 영화 ‘어벤져스2’ 촬영지로 확정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촬영하게 될 ‘어벤져스2’ 서울·경기 로케이션 촬영의 경제효과는 연간 1234억원으로 추산된다. 생산 유발효과가 25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07억원에 관광객이 연간 62만명가량 늘어나면서 소비지출이 연간 876억원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국내에선 영화 ‘도둑들’ ‘해운대’ ‘신세계’ ‘타짜’ 등의 촬영지인 부산이 영화도시 입지를 굳히며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한 장편영화는 24편, 드라마·광고 등 각종 영상물 촬영은 54편으로 집계됐다. 영화촬영으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만 연간 4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진위도 각국과 치열한 유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제작비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해외 주요 영화제와 세계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박람회 등에 알리고 있다. ‘어벤져스2’도 이 제도로 제작비의 30%를 지원받게 된다.

해외에선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재미를 본 뉴질랜드가 가장 적극적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제작비용의 15%를 현금으로 지원하거나 20~40%를 세액공제해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영화 ‘아바타’의 후속작 3편을 뉴질랜드에서 찍기로 한 것도 파격적인 세제 혜택 덕분이다. 뉴질랜드는 이번 결정으로 5억뉴질랜드달러(약 46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런던은 영상물 로케이션의 천국으로 꼽힌다. 영진위에 따르면 런던에서 해외 영화사들은 하루 평균 두 편 이상 로케이션 촬영을 하고 있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나인’ ‘매치 포인트’ ‘인셉션’ ‘페르시아의 왕자’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이 영국에서 찍은 영화들이다. 영국은 세금의 20~25%를 환급해주고 지역별 스크린 에이전시를 통해 원스톱 촬영을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제작비의 50%를 현금으로 지원하고, 미국은 15~35%, 호주는 20~40%의 세금 혜택을 준다.

고정민 한국창조산업연구소장은 “드라마 ‘겨울연가’로 명소가 된 남이섬이 단순한 유원지에 그치지 않고 고급 문화예술 콘텐츠로 무장해 관광객을 끌어들인 것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