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 새빛북스 / 이현민 저 / 18,000원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 새빛북스 / 이현민 저 / 18,000원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두 천재 피카소와 스티브 잡스가 왜 함께 거론될까? 둘은 각기 다른 시대에 살았으며 미술과 IT 산업이라는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했다. 스티브 잡스는 살아생전 ‘창조미술로 역사를 바꾼 혁명가 피카소’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 창의력의 원천을 바로 미술에서 찾았다고 한다.

한 공식석상에서 그는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는데, 이를 보면 스티브 잡스가 피카소에게 매료되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는 왜 많은 예술장르 중에 하필 미술, 그리고 하고많은 예술작가 중에서도 왜 피카소를 두고 창의력(creation)을 논할까?

둘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피카소를 유명하게 만들었으며 입체파를 미술사에 탄생시킨 <아비뇽의 처녀들>(1907년)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주변 친구들마저 경악하고 악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전대 화가들이 그려온 사실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체가 아니라 사지와 눈, 코, 입이 모두 뜯겨진 채 재배치된 듯, 아름답기는커녕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르네상스 이후 500년 동안 지켜왔던 원근법을 일거에 무너뜨린, 당시로서는 매우 괴상한 작품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얼마간 세상 뒤에 조용히 숨어 있어야 했으며, 당시에는 누구도 이 작품이 20세기 미술계의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미술, 창의를 이끌어내는 현대의 보관소

이 시대에 미술을 보는 이유란 무엇일까? 바로 종전까지는 교양으로서의 미술이 강조되었다. 과거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인식돼 온 미술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접근시킨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미술에 일가견이 없더라도 한번쯤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 피카소나 앤디 워홀 같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직간접적으로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이들은 미술에 있어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창의의 원천으로써의 미술이 된 것이다. 우리가 스티브 잡스라는 한 사람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현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단 한 사람의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너나없이 모두 창의에 열광한다.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이현민 저자, 새빛북스)는 인간 중심의 예술 시대를 연 르네상스부터 비주얼 아트로 대표되는 현대 미술까지 창의, 상상 그리고 소통을 중심으로 미술이 가진 힘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이 책은 감상이나 여가, 교양을 위한 미술을 넘어 소위 미적 체험을 통해 소통하고 그 소통이 창의와 상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미술사용설명서와 같다. 보다 친근한 대중영화와 함께 굵직한 미술세계를 다룸으로써, 왜 명작을 명작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그리고 예술이 숙명으로 품은 새로움이 어떻게 발생해 시대를 이끌어 가는지 이를 통해 보다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이현민교수는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강의를 하면서, (사)아이섹어소시에이션코리아를 설립하여 사무국장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