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계는 스타트업 전쟁 중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는 음악·영화·기술을 아우르는 통섭의 축제였다. 그 가운데서도 오스틴 컨벤션센터 1층의 넓은 홀에서 12일까지 열린 무역전시회에는 첨단기술과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부스 사이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정보기술(IT)과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번 SXSW 무역전시회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나라마다 스타트업 공동관을 연 것이었다. 지난해도 한국처럼 국가 단위로 참가한 곳이 있긴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에서 자국 스타트업을 위한 공동 부스를 차렸다.

참여 국가 수가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각국 부스에 가서 직접 설명을 들어보고 놀라움은 배가 됐다. 창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퀘벡주의 스타트업 창업자인 나디르 아부라 키윌리 대표는 “회사를 만들고 키울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온 어거스틴 림 디지파이 대표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가시밭길인 창업을 택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각국의 스타트업 ‘대표선수’들이 글로벌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 정부의 역할도 빛났다. 아일랜드 정부 관계자는 “우수한 스타트업이 많다”며 “최대한 많은 미팅을 주선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영어는 잘 못해도 우리가 도와주면 되니 상관없다”며 “파리에도 스타트업 보육기관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스타트업 격전지에서 한국 공동관인 ‘강남에서 온 괴짜들’이 눈에 띄었다. 영리한 브랜딩과 적극적인 네트워킹 노력 덕분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행사장에서 강남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K팝을 활용한 네트워킹 파티에는 현지 창업자와 투자자를 포함해 600여명이 몰렸다.

세계는 ‘스타트업 전쟁’ 중이다. 우리 창업자들만 열정이 넘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만 지원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막연히 글로벌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전형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때다.

김보영 오스틴/IT과학부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