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 "100억 유치권 있는 상가, 감정가 25%에 낙찰 성공했죠"
“경매인 중에서 돈을 버는 사람이 몇 %나 될 것 같습니까?”

경매 전문인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만나자마자 기자에게 질문부터 던졌다. “3분의 1은 될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고개를 젓는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매인은 5%도 안 될 겁니다. 거의 대부분이 몇 번 응찰해보다가 시세와 비슷한 낙찰가에 낙담하고 떠납니다. 몇 번 달콤한 수익을 맞본 사람 중에서도 한 번의 실수로 치명적인 손실을 입고 경매판을 떠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성공하는 5%에 들려면 진짜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위험한 경매


정 변호사는 경매 관련 소송, 경매컨설팅, 명도(점유자 내보내기), 경매교육, 경락잔금대출 등 경매와 관련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은 법무법인 열린이 유일하다.

그는 경매로 돈을 벌려면 경매에 대한 환상부터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경매시장을 이용하면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고 한다. 누구나 쉽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면서 입찰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경매사고로 큰돈을 날리는 사례도 많다. 현재 경매가 진행중인 서울 압구정동 전용 84㎡ 아파트(감정가격 14억5000만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물건은 선순위 가등기가 설정돼 있어 낙찰받더라도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해버리면 집을 뺏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최저응찰가격이 3억8000만원대로 떨어지자 꽤 이름이 알려진 경매인 두 명이 순차적으로 이 집을 낙찰받았다가 보증금을 각각 4200만원 및 3900만원 날렸다.

“집주인과 선순위가등기권자가 부부관계여서 가등기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물증을 잡기가 거의 불가능해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물건입니다. 그런데도 자칭 고수란 사람들이 추정만으로 들어갔다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정 변호사는 이런 경매사고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기 위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경매 정보 카페(경매 공매를 통해 행복한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를 운영하고 있다.

“권리분석을 잘못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입찰 보증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수도권에서만 분기당 평균 600여건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권리관계가 꼬여 있는 특수물건을 겁없이 건드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수물건 투자강의나 컨설팅을 제공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법률 전문가가 아니어서 법률 지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달콤한 경매

그러나 경매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수물건은 하기에 따라 여전히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다. 정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얻어 운용한 부동산펀드는 인천에서 감정가(200억원)의 25%인 50억원 수준에 상가를 매입했다. “100억원 정도의 유치권이 신고된 물건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쉽게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탐문해 유치권자들이 경매시작 이후에 점유를 했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경매시작 전부터 점유하고 있어야 유치권이 성립하거든요. 소송을 통해 6개월 만에 유치권자를 돈 한푼 안 주고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 변호사가 살고 있는 서초동 집도 시세보다 6억원 싸게 매입한 경우다. 전세 보증금을 물어줘야 하는 선순위임차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다. 정 변호사는 점유자가 임차인이 아니라 소유자의 아내라는 점을 밝혀내 호가 15억원 아파트를 9억원에 매입했다.

그의 교육을 받은 한 직장인은 대지지분이 없는 건물만 공략해 건당 수천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런 집은 땅 주인이 집을 철거해버릴 위험이 있어 일반인은 들어가기 어렵다. 하지만 집합건물의 중간층은 현실적으로 철거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해 협상으로 대지지분을 저렴하게 매입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요즘 아파트는 거의 시세 수준에 낙찰이 됩니다. 집 수리에 드는 돈, 이사비 지급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급매로 사는 것이 낫습니다. 경매를 하려면 독한 맘 먹고 특수물건 수익모델을 제대로 공부한 뒤 자기 적성에 맞는 모델에 집중해야 합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