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부터 8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의 대학 졸업 앨범을 놓고 이혼 경험이 있는지 물었다. 사진에서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는 사람들은 맘껏 웃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삶의 어떤 지점에서 이혼한 비율이 5배나 높았다. 여성들에게 이성애와 동성애 취향이 절반씩 섞인 80장의 남성 사진을 놓고 성적 취향을 맞혀보라고 하자 배란기가 가까울수록 정확하게 맞혔다.

[책마을] 졸업 앨범 속 당신, 웃고 있나요?
《스냅》은 단 한 번의 관찰만으로도 현재와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 인간의 놀라운 통찰력을 소개한다. 1700억여개 세포로 이뤄진 인간의 뇌는 표정·몸짓·행동 등 비언어적 신호를 포착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 대한 대부분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지능과 공격성, 커리어의 성공 여부 등을 고려해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심리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은 긴밀하게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어린 시절, 부모에게 일관성 없는 보살핌을 받았고 자주 거절당했던 경험을 지닌 아이들은 안정적으로 보살핌을 받았던 아이에 비해 성적으로 조숙해진다. 특히 여아들은 사춘기를 일찍 맞고, 초경도 빨리 찾아온다. 성적으로도 좀 더 적극적이며 약물 남용, 사회적 문제 등에 직면할 위험도 높다.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어릴 때부터 현재와 미래에 불안을 느낀 만큼 빨리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은 잠재적 욕망이 육체를 통해 나타난 결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