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배출, 연대가 고대 첫 추월
연세대가 사상 처음으로 사법연수원생을 고려대보다 많이 배출했다. 연세대는 경영대가, 고려대는 법대가 강하다는 뜻의 ‘연상고법(延商高法)’ 구도가 깨지면서 ‘법조계 연고전’에서 연세대가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3일 입소한 45기 연수원생 298명 가운데 연세대 졸업생(43명·14.4%)이 고려대 졸업생(35명·11.7%)을 앞질렀다고 9일 발표했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체계적인 국가고시 지원, 학생들의 우수한 역량, 교수들의 단합된 열의가 결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사법연수원…연대>고대

연세대의 역전은 지난해 11월 사법시험 합격자 발표 때 이미 감지됐다. 최종 합격자 306명 가운데 연세대 43명, 고려대 41명으로 집계됐다. 부동의 2위였던 고려대가 처음으로 3위로 밀렸다. 고려대는 2009년(51회)부터 2012년(54회)까지 사법시험 합격자 수에서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50여명 정도 연세대에 앞섰다.

고려대는 연수원생 수에서도 2010년(41기)부터 2013년(44기)까지 사법시험 합격자 격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연세대에 우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역전됐다. 판사의 재판 업무를 보조하는 일종의 ‘예비 판사’ 격인 재판연구원(로클럭) 1~2기 중 연세대 로스쿨 출신은 10명으로 고려대 출신(8명)보다 많았다. 2012년 4월 선발된 재판연구원 1기는 연세대 7명, 고려대 6명이었고, 지난해 5월 선발된 2기는 연세대 3명, 고려대 2명이었다.

같은 기간 선발된 신임 검사도 연세대 로스쿨 출신이 10명, 고려대 로스쿨 출신이 6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2년 연세대 7명, 고려대 3명, 지난해엔 연세·고려대 3명씩이었다.

◆역전 결정타…로스쿨 출범

연세대가 약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2009년 로스쿨 출범에 따른 상황변화가 꼽힌다. 로스쿨 출범 전 법대 정원은 연세대가 고려대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로스쿨 체제로 바뀌면서 양 대학이 120명으로 같아졌다.

연세대 로스쿨 관계자는 “해마다 각 학교 사정에 따라 달라졌지만 대체로 고려대가 320여명, 연세대가 250여명 선으로 법대 정원 면에서 연세대가 압도적인 열세였다” 며 “로스쿨 출범 이후 각 대학의 법대가 폐지되면서 동일한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연세·고려대 간 사법시험 합격자 수 역전 현상이 로스쿨 출범으로 양 대학의 ‘법조인 지망생’ 규모가 엇비슷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변호사시험에서도 연세대 출신은 107명 중 104명이 합격한 반면 고려대 출신은 100명 중 14명이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시험 대신 로스쿨에 응시하는 고려대 출신이 늘어난 것도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로스쿨 1기인 2009년부터 5기인 지난해까지 로스쿨 입학생 중 고려대 출신은 1603명(15.4%)인 반면 연세대 출신은 1439명(13.9%)으로 집계됐다. 고려대는 특히 지난해 334명을 로스쿨에 입학시켜 321명의 로스쿨생을 배출한 서울대를 처음으로 앞지르는 기염을 토했다. 결국 고대 출신이 로스쿨로 몰리면서 사법시험 응시자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