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소년의 죽음 후…세상의 민낯 드러나다
한적한 시골 마을. 열세 살 중학생 나구라 유이치가 교내에서 추락사한 채로 발견된다. 실족사고나 자살로 보이는 상황. 그러나 나구라가 추락한 옥상에서 발자국들이 발견되고 시체에서 꼬집힌 자국이 드러나면서 죽음의 원인은 미궁으로 빠진다. 떨어지면서 나무를 움켜쥔 듯 나구라의 손바닥에는 나무껍질이 묻어 있었다. 이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을 주로 써 온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이번엔 사회파 소설 《침묵의 거리에서》(전 2권)를 내놨다.

소년의 죽음을 통해 사회와 인간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아들의 죽음에 분노하며 진실을 찾는 유가족과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자녀의 부모, 비밀을 밝히지 않으려 하는 학생들, 당황하는 교사들, 진실을 찾으려는 형사와 기자, 소문을 퍼뜨리고 때론 입을 다물어버리는 마을 사람들까지 치밀하게 그리며 사회의 축소판을 만들어 낸다. 소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부모와 친구, 학교, 경찰, 언론, 법조계가 벌이는 세상의 민낯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침묵한다.

소년을 죽인 건 과연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작가는 “조금만 상상해보면 사람이 한 명 죽는다는 것은 정말 큰 사건이지만 사람들은 조금의 상상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며 “이 책을 쓰며 ‘조금만 상상’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소설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확보한 긴장감 있는 작품으로, 온갖 정보와 목소리들로 가득 차 떠들썩하지만 근본적 질문에는 텅 빈 침묵뿐인 현대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