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개 공공기관 노조가 동시 임단협이라는 전술을 쓰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오는 12일 공동 임금교섭 요구안을 발표하고, 22일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어지는 수순은 4월 초 동시 협상, 5월께 협상 결렬 선언 및 쟁의조정 신청, 5월 말 총파업이 될 것이다. 공동 임단협은 총파업 명분 쌓기용인 셈이다. 예상했던 대로다.

공공노조는 노조 조직률이 64%에 달할 정도로 결속력이 강하다. 노동계의 주력이자 올해 노사문제의 핵이다. 이들이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순순히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순진한 착각이다. 정부는 각 기관의 개별 노사협상을 독려하고 있지만, 공공노조는 6·4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일정을 잡았다. 정치권과의 공조도 계산한 포석이다. 이래저래 꼬일 소지가 다분하다.

그렇더라도 공공노조와의 임단협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다면 공공기관 개혁은 한낱 공염불이 되고 만다. 방만경영과 빚더미 위에서 그들만의 복지천국을 누리는 공공기관을 그대로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할 수는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납득시켜야 마땅하다. 필요하다면 예산권으로 압박할 수도 있다. 또한 불법파업에는 추호의 흔들림 없이 엄정대처하는 것만이 공공기관 개혁의 정도(正道)임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정치권도 이제는 더 이상 참견할 일이 아니다. 노사문제에 정치인이 끼어들어 망쳐놓은 사례가 한둘인가. 국민혈세로 신(神)도 부러워 할 복리후생을 누리는 공공노조를 두둔했다간 되레 역풍을 맞을 것이다. 공공노조는 방만경영 축소로 1600억원을 절감해봐야 전체 부채의 0.0364%밖에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런 작은 것부터 고치자. 터무니없는 논리로 기득권을 지키려다간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다.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