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이 개봉 46일 만인 2일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외화로는 ‘아바타’ 이후 두 번째, 한국영화를 포함하면 열한번째다.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시민들이 영화표를 예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이 개봉 46일 만인 2일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외화로는 ‘아바타’ 이후 두 번째, 한국영화를 포함하면 열한번째다.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시민들이 영화표를 예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즈니의 3D(3차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2일 오전 11시20분쯤 관객 수 1000만명(관람료 매출 800억원)을 돌파했다. 개봉 46일 만이다. 국내에서 상영한 애니메이션이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외화를 통틀어서도 ‘아바타’(1362만명)에 이어 두 번째다.

‘겨울왕국’은 지난 1월16일 개봉한 후 이날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흥행수입 9억8612만달러를 기록해 ‘토이스토리3’(10억6320만달러) ‘라이온 킹’(9억8750만달러)에 이어 역대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로써 디즈니는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톱5’에 ‘니모를 찾아서’(5위·9억3670만달러)까지 4편을 포진시켜 애니메이션 명가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어른들의 동심 되살리기

디즈니의 대박행진…'어른 위한 동화' 통했다
월트디즈니스튜디오 사장을 지낸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최고경영자(CEO)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쟁력 원천에 대해 “어른들에게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슈렉’ ‘쿵푸팬더’ 등을 만든 드림웍스가 아이들에게 내재한 어른스러움을 찾아내는 방식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겨울왕국’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현대적으로 변형했다. 남녀 어린이에 관한 스토리를 자립심 강한 자매 이야기로 풀어냈다. ‘라이온 킹’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사자들의 세계에 접목해 수컷사자의 험난한 독립 과정으로 변형시켰고, ‘토이스토리3’는 주인이 어른으로 성장해 더 이상 놀아주지 않는 장난감들의 외로움과 슬픔을 담아 어른들에게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제공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드림웍스의 작품들이 유행과 대중문화 등을 넣어 동시대적 문제를 서사화한다면 디즈니는 세대를 뛰어넘는 통시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클래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완성도 높은 플롯, 생생한 캐릭터

디즈니의 작품들은 가족애, 친구 간 우정 등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치관을 아름다운 서사로 풀어내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플롯의 완성도가 높다. ‘토이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시나리오 작법의 교과서가 될 정도다. 몰입-긴장-강화-갈등 해소-화해로 이뤄진 이야기 구조는 흥미진진하고 탄탄하다는 평가다.

캐릭터들도 살아 있다. ‘겨울왕국’은 내적 갈등을 겪는 두 자매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대조시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도왔다. ‘토이스토리’에서는 주인공 우디와 새로운 장난감 캐릭터의 대결 구도로 흥미를 유발했고, 어린이와 할아버지의 동반 여행을 그린 ‘업’에선 노인과 유아 캐릭터를 대립시켰다.

○다양한 버전, 재관람률 역대 최고

재관람률도 높아지고 있다. CJ CGV는 ‘겨울왕국’의 재관람(2회 이상) 비율이 7.6%로 사상 최고라고 밝혔다. 1000만명 이상을 불러모은 영화 평균 재관람률(4%)의 두 배 수준이다. 한국어 자막 버전, 한국어 더빙(목소리) 버전, 2D, 3D, 4DX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하는 ‘다(多)포맷 관람 열풍’을 이끈 덕분이다.

영상과 음악이 만들어낸 감정선을 중심으로 진동·바람·물 등의 효과가 어우러지는 오감체험 극장인 4DX 관람객도 사상 최고인 40만명을 돌파했다. 평균 객석점유율도 62%를 기록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4DX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존 패턴과 달리 ‘겨울왕국’은 개봉 5주차까지도 주말 객석점유율이 90%를 웃돌고 있다고 CJ CGV 측은 전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