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일본 2위 통신기업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지분을 인수한다는 설(設)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톡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소프트뱅크, 라인 투자설에 카카오톡이 민망해진 이유는?
카카오톡이 '야후 재팬'과 손잡고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후 재팬의 모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경쟁 상대인 '라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라인 측에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라인 측과 지분 매입에 대해 직접 논의했다.

소프트뱅크는 재일동포 3세인 손 회장이 1981년 설립해 이끌어 왔으며, 소프트뱅크 모바일과 야후 재팬 등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야후 재팬은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 재팬' 지분 50%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지난 2011년 7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카카오 재팬'을 설립했고, 2012년 10월 야후 재팬과 손을 잡았다. 자본·업무 제휴를 통해 '카카오 재팬'의 지분을 카카오와 야후 재팬이 각각 50%씩 나눠 가졌다.

당시에도 '라인'은 일본 이용자 3200만명 이상을 확보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카카오는 야후 재팬과 협력하면서 일본 시장 내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지만, 현재까지 성과는 저조하다.

카카오 측은 "현재까지 일본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다"며 "카카오톡은 지난해 7월, 전 세계 가입자 수가 1억명을 넘어선 후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 내에서는 약 1000만 다운로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카오톡은 국내 가입자만 35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라인은 전 세계 3억5000만명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가별 가입자 수는 일본(5000만명)이 가장 많고, 태국(2200만명), 대만(1700만명), 인도네시아(1700만명), 인도(1600만명), 스페인(1500만명) 순이다. 국내 이용자는 1000만명이다. 라인은 올해 말까지 가입자 5억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라인의 성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라인이 자리 잡은 일본시장에서 카카오톡 또한 성장세를 기대했지만, 카카오톡은 일본을 비롯해 해외 성과가 미미하다"며 "소프트뱅크가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라인의 성장성에 대해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라인이 중국의 '위챗', 미국의 '왓츠앱'과 함께 글로벌 3대 모바일 메신저로 손꼽히는 만큼, 소프트뱅크 외에도 야후 재팬, 라쿠텐 등이 투자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카카오가 야후 재팬과 손 잡으면서 모회사 소프트뱅크 또한 지원군이 될 것이란 기대감은 사라진 모양새다.

네이버 측은 다만 "소프트뱅크가 라인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문은 사실 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