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업계에 스마트 바람이 불고 있다. TV 시청 행태 변화에 따라 개인용비디오녹화(PVR)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실시간 방송보다는 원하는 시간에 주문형비디오(VOD)를 찾아보는 식으로 시청 패턴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업자들은 기존 셋톱박스를 스마트 셋톱박스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스마트홈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스마트 녹화 서비스

CJ헬로비전은 방송 콘텐츠 이용 편의성을 높인 스마트 녹화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방송 중인 TV를 즉시 또는 예약 녹화하는 것이 기본 기능이다. 시리즈 녹화를 이용하면 한 번 설정으로 앞으로 방영되는 시리즈물 전체가 자동 녹화되고 저장된다. 생방송 되감아 보기가 가능한 타임머신 기능도 제공한다.

CJ헬로비전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 녹화 서비스.
CJ헬로비전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 녹화 서비스.
눈길을 끄는 것은 스마트폰 원격 녹화 기능이다. 셋톱박스와 연동된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집 밖에서도 원격으로 얼마든지 녹화가 가능하다. 이동 중이거나 심지어 해외출장 중에도 3G·4G·와이파이망 등을 이용할 수 있다면 고화질(HD)급으로 원격 녹화할 수 있다.

영상녹화 저장공간으로 외장하드를 채택한 것도 특징이다. 과거 VCR을 통해 비디오 테이프를 소장했던 것처럼, 이제 외장하드라는 개인미디어를 통해 영상콘텐츠를 자유롭게 저장하고 소장할 수 있게 됐다. CJ헬로비전은 스마트 녹화 이용자들에게 기본적으로 500기가바이트(GB)의 외장하드를 무료로 제공해 풀HD급 방송 기준 100시간 분량을 녹화·저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녹화한 콘텐츠 파일마다 ‘DRM(디지털저작권관리)’이 적용돼 무분별한 복제나 외부 유출을 차단했다.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달 내놓은 개인녹화서비스 SOD.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달 내놓은 개인녹화서비스 SOD.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도 지난달 개인녹화서비스인 SOD(Skylife On Demand) 상품을 내놓았다. 클라우드나 USB메모리에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을 자유롭게 저장하고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원격의 저장공간인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저장 용량에 제한이 없고 다수 채널을 동시에 녹화할 수 있다. 녹화된 콘텐츠는 1개월 동안 클라우드에 자동 보관된다. 실시간 녹화·재생 외에도 실시간 방송을 잠시 멈추거나 되돌려 다시 시청할 수 있는 USB타임머신 기능도 제공한다.

○스마트 셋톱박스 경쟁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스마트홈 디바이스 ‘B박스’를 선보였다. 실시간 방송 및 VOD 서비스는 물론 고화질 영상통화, 홈모니터링, 패밀리 보드 등 다양한 홈 서비스를 지원한다. 타사의 경우 미디어 서비스는 셋톱박스로, 홈 서비스는 태블릿이나 인터넷전화로 제공하는 반면 B박스는 이를 하나의 디바이스로 통합 제공한다는 게 특징이다.

B박스는 사용자의 미디어 이용패턴을 반영한 사용자환경(UI)을 제공한다. 홈 화면이 위젯 방식으로 구성돼 고객이 기능을 원하는 대로 배치할 수 있다. TV를 켜자마자 즐겨보는 채널이 나오게 한다거나 오늘의 날씨, 회사까지의 교통정보, 주가·환율 정보, 주요 뉴스 등을 홈 화면에서 자동으로 받아볼 수 있다. TV로 HD급 영상통화를 하거나 휴대폰과 음성·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자택 보안을 위한 홈모니터링, 드롭박스·구글 드라이브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는 B박스 드라이브, PC에 저장한 음악·동영상을 TV로 불러와 재생하는 ‘짐리(Zimly)’ 서비스도 제공한다. SK브로드밴드는 B박스에 TV 앱을 확대하고 보안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상품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씨앤앰은 지난달 ‘씨앤앰 스마트TV Ⅱ’ 상용화에 들어갔다. 안드로이드 4.2 젤리빈 기반의 운영체제(OS)를 탑재했고 유튜브, 크롬, 플레이스토어, 음성검색, 음성명령 등 특화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고가의 스마트TV를 구입하지 않고도 3000여개의 다양한 앱을 통한 게임, 음악, 교육 콘텐츠를 즐기고 최대 259개의 실시간 방송 채널을 볼 수 있다. 무선인터넷 환경을 통해 TV와 다양한 기기 간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으며 리모컨 음성검색,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더 편리하고 스마트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내놓겠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