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면 다시…" 제2 구글 하루 수십곳 창업
“두 번 망하고 왜 또 창업했느냐고요? 실패는 다시 도전하라는 초대장이니까요.”(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창업자)

미국 실리콘밸리 심장부인 팰러앨토. 스탠퍼드대 주변 카페에서의 대화는 “What’s your story(네 창업 소재는 뭐니)?”로 시작한다. 스탠퍼드대엔 교수와 학생이 꾸려가는 벤처만 100개가 넘는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오라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이곳에서 컸다. 하루에도 수십개 회사가 설립되고 또 문을 닫는다. 이곳 역시 성공 확률은 2%가 채 안 된다. 그럼에도 인재가 몰리고 투자가 이어진다. 특유의 열린 문화와 인근 스탠퍼드대 버클리대와의 산학 협력 프로그램이 창업 생태계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힘은 강력한 기업가정신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긴다. 제2의 애플, 구글을 꿈꾸며 지금도 허름한 창고에서 자신의 꿈을 담아 창업의 씨앗을 뿌린다.

‘한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한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은 기업가정신이 퇴조한 탓에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붕괴 이후 벤처 창업 열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벤처 활성화 방안을 다시 내놓을 예정이지만 기업가정신이 살아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 기획 ‘왜 기업가정신인가’의 일환으로 실리콘밸리를 찾은 이유다. 에버노트, 우버, 박스 등 스타트업 6곳의 창업자를 만나 기업가정신을 탐구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 창업했다고 밝혔다. ‘실패’를 거론하자 “다시 하면 된다”고 답했다.

필 리빈 에버노트 최고경영자(CEO)는 창업을 꿈꾸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있고 이뤄낼 확신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지금보다 더 나은 때는 없다.”

팰러앨토=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