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페북 '골리앗 싸움'…판 커진 IT업계 M&A시장
정보기술(IT) 업계 양대 거인인 구글과 페이스북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이 업계 M&A 시장이 14년 만에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9일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서비스 왓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올 들어 현재까지 IT업계에서만 500억달러의 M&A가 성사됐다. 닷컴버블 당시인 2000년 1분기 780억 달러의 M&A가 이뤄진 이후 가장 바쁜 1분기다.

IT업계에 이처럼 M&A의 큰 장이 선 이유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막대한 현금 동원 능력과 급등한 주가를 앞세워 잠재적 라이벌을 빠르게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10억달러를 주고 사진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유한 사진이 상대방 스마트폰에서 사라지는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을 3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FT는 페이스북이 왓츠앱 인수에 19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돈을 쓴 것은 M&A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이미 세계에서 M&A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이 됐다. 최근 블룸버그 조사 결과 구글은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총 127개 회사를 사들였다. 광고회사 WPP와 반도체회사 인텔을 누르고 M&A 건수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스마트 온도조절장치 제조사인 네스트랩을 32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작년 12월에는 로봇사업 진출을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사들였다.

CCS인사이트의 IT 애널리스트인 제프 블레이버는 “마치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이 판돈 제한 없는 포커 테이블에 앉아 끊임없이 판돈을 올리는 것 같다”며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했다.

반면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는 IT 업계에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M&A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레트 월래스 트리톤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한번 청중을 잃으면 파티는 끝난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