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는 공공기관 개혁의 고삐를 더욱 조이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공기관의 복리후생 관련 8대 항목을 공개하고, 공사채 발행총량제를 도입해 부채 증가를 원천 봉쇄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부당내부거래도 뿌리 뽑겠다는 복안이다. 역대 정권마다 실패한 공공개혁이 이번에는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 공공기관 개혁이 성공하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두 가지 핵심과제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전제되지 않고선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그것은 공공기관 노조의 기득권 철밥통을 여하히 깰 것인가, 그리고 공기업 등 슈퍼갑들이 개혁 과정에서 온갖 비효율을 민간부문에 떠넘기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달렸다. 이는 낙하산 인사보다 복잡미묘한 고차원 방정식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고착화된 소위 ‘87체제’는 서구식 자유민주주의로 발전하지 못하고 노조권력의 이상 비대화를 가져왔다. 노조조직률이 10.3%에 불과한데 노조의 전투력은 세계 최강 수준이다. 노조권력의 상층부에 조직률이 64%에 달하는 공공노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철도파업에서 확인했듯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수시로 정치권과 연계해 세를 과시해왔다. 고용보장은 공무원, 연봉은 대기업 수준인 공공노조에 정치활동 제약도 별로 없다. 낙하산 사장은 출근저지 투쟁으로 길들여 놓고 밀실·이면합의로 철밥통을 넘어 ‘금(金)밥통’을 챙겨왔다.

이런 공공노조를 전문성도, 개혁의지도 희박한 경영진이 섣불리 상대했다간 오히려 역효과만 빚을 공산이 크다. 이미 경영평가를 거부하고 오는 25일 박근혜 정부 1주년을 기해 총파업까지 계획하고 있는 판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공공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임단협 합의내용 공개 의무화 등 특단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을 효율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시장경쟁, 생산성 등의 개념을 의식하지 못하기에 그에 따른 부담을 민간 거래처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엄청난 불공정행위다. 공정위가 두눈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것들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지 못하면 공공개혁 드라이브가 오히려 민간시장의 비명소리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공공부문 개혁은 전쟁과도 같은 정치적 갈등을 연출할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