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해 인기를 끌고 있는 ‘라바’를 제작한 김광용 투바앤 대표가 옐로우와 레드 캐릭터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해 인기를 끌고 있는 ‘라바’를 제작한 김광용 투바앤 대표가 옐로우와 레드 캐릭터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애벌레 레드와 옐로우는 낡은 스피커, 고장난 로봇, 오뚝이 인형 등을 갖고 논다. 사람들이 먹다 남긴 피자, 햄샐러드 등도 먹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개와 앵무새의 공격을 받고 위기에 빠진다.

‘버럭’ 레드와 ‘만능재주꾼’ 옐로우가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 ‘라바’가 ‘뽀로로’를 잇는 방송 애니메이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2011년 12월 KBS2가 첫 편을 선보인 뒤 지난해 1~9월 시즌2를 방송한 이 작품은 요즘 케이블 채널들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올해 중 시즌3가 방영되고 내년에는 뮤지컬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제2의 ‘뽀통령’ 라바

제작자인 김광용 투바앤 대표(50)는 17일 “지난해 ‘라바’의 로열티 수입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5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00억원을 웃돌 것”이라며 “지난해 완구, 의류, 팬시용품 매출(소비자가 기준)은 1000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97개국에서 방영됐고, 이 중 25개국 에이전트와는 상품화 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주요 시장인 일본 측과는 수출 계약을 마쳤고 미국·중국 에이전트와도 협상 중이다.

‘라바’가 탄생 2년 만에 이처럼 인기를 끈 비결은 무엇일까. 어린이와 어른들이 짧은 시간(1편 1분30초, 2편 2분30초)에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애벌레들이 대사 없이 표정과 몸 개그로 전개하는 라바는 국경을 초월해 모든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기승전결이 있고 본편이 끝나고 추가로 에필로그도 보여줘 이야기가 길게 느껴지는 효과도 있다. 맹주공 감독이 이끄는 6명의 스토리팀이 아이디어를 짜내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개그콘서트 달인처럼 스스로 망가지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캐릭터로 애벌레를 찾아내 이야기를 전개했다.

◆애벌레 캐릭터로 스토리 만들어

마케팅 효과도 컸다. 미용실과 커피숍의 모니터를 통해 여성층에게, 버스와 지하철 등의 모니터를 통해 등하교하는 청소년과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라바를 노출시켰다. 이 때문에 20대 이상 성인층이 먼저 라바의 팬이 됐고 어린이들이 그 뒤를 따랐다.

라바가 히트하면서 투바앤의 직원 수도 2년 새 4배나 증가했다. 2012년 1월 22명에서 지난해 1월 37명, 올 1월 말에는 85명으로 늘었다. 내년 말까지 15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기획·개발 인력뿐이었지만 최근엔 마케팅과 해외사업 인력이 대폭 늘었다.

김 대표는 2003년 컴퓨터그래픽(CG) 업체인 넓은벌동쪽을 창업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저작권을 갖는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한 뒤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두고 저울질하다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2004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와이드이스트를 설립했고 2005년 투바앤을 인수합병해 회사 이름을 바꿨다.

‘비키와 조니’ ‘오스카의 오아시스’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실패하면서 한때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까지 갔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게임보다 속도가 느리지만 수명이 길고 초기개발비가 적게 드는 게 장점”이라며 “특히 콘텐츠를 매개로 유통, 공연, 음원, 테마파크 등으로 확장할 수 있어 디즈니처럼 대기업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바앤은 2015년 상장을 목표로 최근 키움증권과 기업공개(IPO) 주관 계약을 맺었다. 김 대표가 투바앤 지분의 약 70%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한국투자파트너스, SV인베스트먼트, 유큐아이파트너스 등 창업투자회사들이 나눠 갖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