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팔아도 세금 떼는 '자사주 상여금'
임직원 상여금을 자기 회사 주식으로 주는 ‘자사주 상여금’에 대해 ‘주식을 팔아 현금을 손에 쥔 날’이 아닌 ‘자사주 지급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6개월~6년의 의무보유기간이 있는데 세금부터 부과하는 것은 “미실현 이익에 과세하는 것이어서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무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도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가장 큰 쟁점은 자사주 상여금에 의무보유기간이 붙은 경우다. 의무보유기간이 지나 주식을 팔려고 할 때 주가가 자사주 지급일보다 떨어졌다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작년 7월2일 밀폐용기 전문업체 락앤락의 신동훈 전무와 임광빈 상무는 상여금 명목으로 자사주를 1인당 4000주(당시 종가 1만8950원 기준 7500만원)씩 받았다. 락앤락이 책정한 자사주 상여금의 의무보유기간은 1년이다. 17일 락앤락 종가는 1만7100원. 만약 락앤락 주가가 오는 7월2일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신 전무와 임 상무가 불가피하게 의무보유기간이 지나자마자 자사주를 처분한다면 1인당 231만원의 세금을 더 낸 셈이다. 지난해 초 이후 나라엠앤디(6년) 슈프리마(3년) KT(임원 3년, 직원 2년) 등이 자사주 상여금에 대해 의무보유기간을 정했다.

의무보유기간이 없더라도 사내 평판 때문에 임원들은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코스닥 게임업체 A사의 C본부장은 작년 4월 A사 주가가 6만4200원일 때 5000주(3억535만원)의 자사주 상여금을 받았다. C본부장은 바로 현금화를 하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눈치가 보여 약 3개월이 지난 같은해 7월 주가가 6만1000원일 때 자사주를 팔았다. 손에 쥔 돈을 기준으로만 따지면 C본부장의 근로소득세는 1억687만원이다. 그러나 C본부장은 과세체계 때문에 근로소득세 1억1235만원을 냈다. 547만원의 세금을 더 낸 것이다.

자사주 상여금을 받자마자 거액의 근로소득세가 부과되면 가용 현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자사주를 팔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M금융그룹의 C부회장은 지난달 20일 M증권 주식 4만7070주를 상여금으로 받자마자 어쩔 수 없이 장내매도했다. 6억6000만원에 달하는 자사주 상여금 관련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해서였다.

박수용 세무법인 광개토 세무사는 “자사주를 팔아 이익을 실현하지 않았는데 과세하는 것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가 될 수 있다”며 “의무보유기간 때문에 현금화를 못하는데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지급일이 아닌 이익실현일에 과세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 관계자는 “현금 상여금과 주식 상여금의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매도시점에 과세한다고 해도 임직원들이 사망할 때까지 주식을 못 파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합당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