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서울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에쿠우스’.
내달 14일 서울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에쿠우스’.
‘날 보러 와요’ ‘관객모독’ ‘에쿠우스’ 등 한국 연극 공연사에 ‘전설’로 기록될 만한 작품들이 다시 찾아온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 연출로 초연 당시 연극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공연이 제작될 때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품들이다. 올봄 연극가를 한층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날 보러 와요 ’는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극작·연출로 1996년 초연했다. 대학로 미스터리 추리극의 원조로 꼽힌다.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식 구성에 류태호 최용민 김뢰하 박광정 유연수 권해효 등 연우무대 출신 배우들의 열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3년 봉준호 감독, 송강호 주연의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화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연극 ‘필로우맨’ ‘쉬어매드니스’ 등을 연출한 변정주가 5년 만에 다시 무대화한다. 송영창 손종학 이현철 김준원 노수산나 등이 출연한다. 내달 1일~6월1일 서울 대학로뮤지컬센터 공간피꼴로, 3만~4만원.

오스트리아 극작가 페터 한트케가 1966년 발표한 ‘관객모독’은 언어 연극 또는 반(反)연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연극에 대한 비판과 관객을 조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연출가 기국서와 극단76단이 1978년 국내 초연했다. 초연 당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는 ‘관객을 향한 욕설과 물세례’는 이후 공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요즘은 영화 ‘도둑들’의 웨이홍 역 등 배우로 유명해진 기국서가 5년 만에 다시 연출한다. 기주봉 정재진 주진모 전수환 고수민 김낙형 등 ‘관객모독’의 최전성기를 이끈 배우들의 ‘클래식 팀’과 김형석 김동박 안창환 윤박 성아름 이주희 등 80 대 1의 오디션 경쟁을 뚫고 뽑힌 젊은 배우들의 ‘뉴 팀’이 번갈아 무대에 선다. 내달 7일~ 6월1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3만~4만원.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희곡 ‘에쿠우스’는 54년 전통의 극단 실험극단이 1975년 국내 초연한 이후 이 극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남자 배우의 로망인 주인공 ‘앨런’ 역에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이 거쳐 갔다. 극은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가 말 8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 앨런의 비밀을 캐내는 과정을 통해 문명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인류 구원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4년 만에 무대화되는 이번 공연에는 안석환과 김태훈이 다이사트, 지현준과 전박찬이 앨런으로 출연한다. 연출을 맡은 이한승 극단 실험극장 대표는 “과감한 노출 등 원작에 충실한 연출로 어느 공연보다 파격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람 연령은 19세 이상. 내달 14일부터 5월17일까지 서울 장충동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전석 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