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항공우주국은 달 표면에 커다란 우주선 대신 자기증식 기능을 갖춘 초소형 로봇 탐사선을 보낸다. 초소형 로봇은 달 표면의 자원을 이용해 복제품을 만들어낸다. 생명체처럼 숫자가 늘어난 로봇들은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다양한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책마을] 토끼 없는 달에 자식낳는 로봇이
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나노기술과 생물학의 융합인 인공 생명(artificial life)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예측한 것이다.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의 저자는 융합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인간처럼 자식을 낳고, 로봇이 인간 대신 전쟁을 하고, 마음을 디지털 공간에 저장해 영생의 꿈을 이루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마음, 세상살이, 뇌, 청색기술(blue economy) 등 7가지 주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융합 바람에 대해 논의한다. 마음의 본질과 생활 속의 융합 사례들, 뇌에 얽힌 수수께끼와 과학적 비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청색기술 등을 살펴보며 융합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을 진단한다.

우리의 지능, 성격, 감정, 기억을 몽땅 스캔해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마음 업로딩’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신경과학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2020년이면 PC 한 대가 한 사람의 뇌를 고스란히 저장할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상대방의 경험이나 지식을 공유하고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는 기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저자는 환경오염을 억제하는 녹색기술을 넘어 자연중심 기술인 청색기술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기 주둥이를 본뜬 통증 없는 주삿바늘, 연잎의 정화기능을 이용한 자기정화 페인트 등 기존 과학의 틀을 넘는 청색기술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