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엊그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흡수 통일에 반대한다”며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혼란과 비용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은 애매한 레토릭이다. 그는 “일관된 화해 협력 노력과 과정이 없는 통일 대박론은 급변사태 임박론으로 오해받기 쉽다”며 “대북 포용정책을 통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햇볕정책 2.0’을 발표하면서 시대 변화에 걸맞은, 수정된 대북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연설에선 다시 흡수통일론을 반대하고 대북 포용론을 거론하고 있다. 점진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햇볕’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은 실로 북한 김정일 정권을 기형적으로 연장시켜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한 ‘퍼주기’를 했지만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천안함 폭침이나 핵 개발의 시간만 벌었을 뿐이다. 물론 종북 좌파를 키운 것도 햇볕정책의 명백한 결과다. 무엇보다 군사 전략의 기본 전제인 주적 개념의 혼란을 가져왔고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까지 요구하는 불가측의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금 김한길 대표가 다시 화해 협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오판 가능성만 높인다.

통일은 기본적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기반 아래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이 이런 체제로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충분히 인내심 있게 기다릴 것이다. 비용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를 용인하는 그 어떤 통일론도 속임수에 불과하다. 자유민주 아닌 수령독재의 국가와 공존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반인권적이며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이념의 무정부성에 불과하다.

‘통일 대박’은 물론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자유민주의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평화공존 식의 어설픈 통일론은 북한 정권의 생존전략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