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테러범이건 가정주부건 얼굴 표정은 동일하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이름난 미국 심리학자 폴 애크먼을 모델로 한 TV 드라마 ‘라이 투 미(Lie to me)’ 첫회에 나오는 대사다. 극단적인 비유지만 이 대사는 그가 평생 연구한 이론의 기본 전제다.

찰스 다윈은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은 인류의 진화에 따라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며 문화권에 따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윈 이후 많은 학자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크먼은 놀라움, 두려움, 혐오, 화, 행복, 슬픔 등 여섯 가지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에는 문화적 토대나 개인적인 환경과 상관 없이 원천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책마을] 눈썹·이마·턱…표정은 말하고 있다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은 그가 평생 연구해온 표정과 감정 이론의 원전이다. 1975년 미국에서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땐 표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약 40년간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각종 수사기관에서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은 ‘보편적 얼굴 표정’으로 어떻게 감정을 읽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저자는 먼저 6가지 감정이 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생겨나고 표현되는지 설명한다. 상대가 왜 그런 마음을 느끼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눈썹과 이마, 입모양, 뺨, 눈, 턱 등 얼굴 부위 변화로 여섯 가지 감정이 드러나는 표정들을 사진과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예컨대 눈썹이 올라가며 눈이 커지고 턱이 아래로 떨어져 입술이 벌어진 표정은 놀라움을 드러내는 보편적 반응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세밀한 사진 자료와 가이드를 통해 다양한 표정 뒤에 숨은 진짜 감정을 찾아낼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을 읽다 보면 상대방의 감정을 읽기 위해 일반인이 이런 것까지 알고 훈련해야 하는지,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런 지식과 훈련이 단순히 상대의 본심을 꿰뚫고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상대방과 보다 원활한 소통을 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