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학 현대차 정몽구재단 이사장(왼쪽)과 송용남 조율 대표가 재단 사무실에서 힙합 동작을 하며 웃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유영학 현대차 정몽구재단 이사장(왼쪽)과 송용남 조율 대표가 재단 사무실에서 힙합 동작을 하며 웃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은 다른 대기업 문화재단처럼 기업이 출연한 재단이 아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8500억원 ‘개인 기부’로 세워진 재단이다. “우리 사회의 소외층이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정 회장의 기부 취지에 따라 예술진흥과 문화나눔, 인재양성, 사회복지, 기획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몽구재단이 다른 재단과 차별화한 문화예술 분야 지원 프로그램은 청년 사회적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H 온드림 오디션·펠로 인큐베이팅’이다. 문화예술과 청년 창업, 사회적 기업의 개념을 접목한 새로운 지원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을 본격화한 유영학 정몽구재단 이사장(58)과 ‘H 온드림 펠로 인큐베이팅’에 선정된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조율’의 송용남 대표(30)가 지난 4일 서울 계동 현대빌딩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유 이사장은 2012년 1월부터 재단을 이끌고 있다. 송 대표는 스무 살에 ‘비보이 유닛’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던 춤꾼 출신으로 2011년 넌버벌 퍼포먼스 콘텐츠를 제작하고 ‘위기 청소년’ 대상으로 재능 기부 형태의 교육 사업을 하는 ‘조율’을 창단했다.

▷유영학 이사장=지난해 11월 ‘H 온드림’ 성과 발표회 때 ‘조율’ 팀이 시연했던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어요.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라고 할까. 그런 형태의 공연을 처음 봐서 충격받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참 좋아할 것 같습니다.

▷송용남 대표=지난해 6월 프랑스 낭트 페스티벌 미디어아트 부문에 참가했던 ‘스파클’의 하이라이트 버전을 보여드렸었죠. LED(발광다이오드) 의상과 브레이크 댄스, 3D(3차원) 영상, 팝페라, 연기 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퍼포먼스 콘텐츠입니다. 재단 덕분에 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프랑스에서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재단의 사업 개발비로 콘텐츠를 제작했고, ‘H 온드림 펠로’ 멘토인 부천문화재단의 도움으로 공연단체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인 연습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사업을 확장하고 법인화하는 데 재단의 창업지원금뿐 아니라 브랜드 구축, 행정 회계, 공간 확보, 마케팅 등 부문별로 멘토를 정해 도움을 주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유 이사장=‘H 온드림’의 취지가 뛰어난 아이디어나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업화하는 방법을 모르고 자금이 없어 주저앉는 청년들을 돕는 것입니다. 이런 청년들을 조금만 뒷받침해주면 자생력을 갖춘 좋은 문화예술기업을 창업해 유망한 청년들의 일자리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문화예술 보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이죠. 2012년 1기에 ‘조율’ 등 6개 팀, 지난해 2기 7개 팀을 선발해 지원했고 올해 3기 오디션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인큐베이팅이 끝난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서 자생력을 갖추고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내달부터 운영합니다. ‘조율’이 융·복합 콘텐츠 개발 성과로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기술 연구개발(R&D) 과제 기획’ 지원에 선정됐다면서요. 1기에 지원한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송 대표=올해 회사의 비전을 ‘문화예술 창작도구는 과학’으로 정했습니다. 일반 공연단체처럼 콘텐츠를 저작권으로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출연기관과 공동으로 개발한 콘텐츠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공계 젊은 인력들과 협업해 과학기술을 예술적으로 접근한 융복합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 형태로 내달쯤 선보일 예정입니다. 재단은 올해 문화예술 부문 사업을 크게 확대한다고 들었습니다.

▷유 이사장=문화예술 인재 양성과 함께 보다 많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생활 문화’ 확산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 덕수궁관을 잇는 셔틀버스인 아트버스를 기증했고, 전 국민 합창 오디션 프로그램인 KBS의 ‘합창으로 여는 세상-하모니’ 제작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송 대표=‘조율’도 사회적 기업으로서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춤을 가르치는 교육 사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2012년 한국 청소년쉼터협의회, 지난해 약물중독 청소년 교육에 이어 올해는 안양 청소년쉼터와 1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아이돌그룹 트레이너나 세계대회 우승자 등 전문가들로부터 춤을 배우는 것에 대해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즐거워합니다. 춤동작도 가르치지만 편안한 형처럼 놀아주고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청소년 문제를 청소년이 수용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문화와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죠.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