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버린 파나소닉, 부활 '날갯짓'
소니, 도시바와 함께 일본 TV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파나소닉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파나소닉의 지난해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급증한 737억엔(약 79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66억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배, 시장 전망치의 2배다. 5일 도쿄 증시에서 파나소닉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보다 22% 오르는 등 1974년 이래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5일 파나소닉이 과거 영광의 상징이었던 플라즈마TV 등 백색가전 사업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동차, 태양광 패널, 기내 영상장비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틈새 비즈니스에 투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2년째 임기를 맞은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쟁에서 크게 밀린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반도체 제조공장의 지분을 이스라엘 업체에 매각했다. PDP TV 사업도 철수했다. 대신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건설사업, 태양광 패널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했다. 현재 파나소닉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미국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9월까지 파나소닉 전체 매출에서 TV와 디지털카메라, 백색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그쳤다. 반면 태양광 패널과 리튬이온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의 비중은 약 60%에 달했다.

과거의 유산이라고 다 버린 것은 아니다. 쓰가 사장은 1989년 작고한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이 도입했던 ‘사업부제’를 12년 만인 지난해 부활시켰다.

이 결과 파나소닉 주가는 지난 12개월간 5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쟁업체 소니의 주가 상승폭은 5%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파나소닉 신용등급을 ‘BB+’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피치는 수익성이 낮은 TV와 스마트폰 사업을 축소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수익성을 회복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무디스로부터 투자부적격 등급인 ‘정크’로 강등당한 소니와는 대조적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