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그룹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삼성전자가 벌어오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 외 다른 상장 계열사들의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등 일부 상장사의 결산월 변경으로 지난해 실적이 일부(9개월분)만 반영된 영향도 있다.

삼성전자, 이럴줄은…
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 상장사 17곳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잠정)은 39조8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6조7850억원을 올리면서 삼성그룹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9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삼성그룹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9%에서 2009년 64%, 2010년 67%로 늘어난 뒤 2011년 72%, 2012년 79%까지 올라갔다.

삼성전자 편중 현상이 심해진 이유는 다른 계열사 매출, 이익 규모가 삼성전자에 비해 작은 데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때문이다.

삼성그룹 상장사 중 지난해 기준 두 번째로 매출이 많은 삼성물산은 연간 영업이익 4333억원으로 전년보다 11.6% 감소했다. 세 번째로 매출이 많은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9142억원으로, 전년보다 24.2% 줄어들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80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SDI삼성정밀화학은 각각 연간 영업손실 273억원, 203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의 결산월 변경으로 지난해 실적이 4~12월 9개월치만 반영되면서 이들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든 영향도 있다. 삼성그룹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상장사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제일기획, 크레듀 두 곳뿐이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