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설 연휴.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나마 차분하게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평소 미술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한 번쯤 미술관 문을 두드려보자.

○가족과 함께 가면 좋은 전시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은 자녀와 대화하며 감상하기에 좋은 전시다. 화강암 같은 까칠한 질감의 화면에 격동의 근대를 살았던 민초의 순박한 삶을 담담하게 묘사한 120여점의 작품은 그대로 우리네 가족사의 기록이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운보 김기창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예수와 귀먹은 양’은 국내에서는 유례가 드문 기독교 성화의 한국 버전이다. 조선시대 선비 복장을 한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이미지를 통해 서구문화의 토착화를 꾀했던 운보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서울 사간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의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사진전 ‘동방으로의 여행’이 어떨까. 서정적 풍경 사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의 개인전. ‘솔섬’ 등 2011년부터 집중적으로 촬영한 전남 신안 지역의 풍광과 일본 홋카이도의 이국적 풍경이 로맨틱한 감성을 자극한다.(설날 휴관, 2월1~2일 개관)

○사색에 잠기고픈 싱글족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 사진전이 열린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갖게 된 현대인의 자아를 되새겨보는 전시다. 사진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들의 영상 및 설치 작업, 현직 사진 기자의 작업, SNS에 업로드되는 사진을 이용한 참여형 영상 설치 작업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설 연휴를 맞이해 서울관과 과천관을 무료개방한다. 설연휴 마지막날인 2월2일에는 서울관에서 김덕수패 전통 풍물놀이 공연(오후 3~4시), 말 그림 다색판화 연하장 만들기(오후 1~4시) 등 이벤트도 진행한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