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이 자체 기준에 따라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OECD 8위라는 평가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말들이 많다. 국가 경쟁력 순위는 계속 떨어지는데 요체인 과학기술은 2009년 12위에서 매년 한 단계씩 올라 가고 있으니 그렇다. 당장 GDP 대비 R&D 투자액 비중(1위), 연구원 1인당 공동특허건수(2위), 인구 1만명당 연구원수(4위) 등 정량지표에 너무 의존한 결과, 자화자찬식 과대평가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한국의 R&D투자 비중은 높다. 국가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실제 국가 R&D 투자액은 2012년 16조244억원, 2013년 17조1471억원, 올해 17조7358억원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R&D 투자의 성공률이 82.3%(2012년)나 된다. 일견 아주 성공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정작 투자 성과가 사업으로 이어지는 사업화율이 20% 정도에 불과해 70% 수준인 미국·영국, 50%를 넘는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R&D 투자가 모험과제를 피하고 쉬운 과제에 집중된 결과다. 특허 수가 세계 5위지만 사용되지 않는 이른바 장롱특허, 휴면특허가 전체의 70%를 넘고, 과학기술논문 발표 건수가 세계 10위라면서 논문이 인용되는 횟수는 30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량평가든, 정성평가든 투입만 보고 성과를 따지지 않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 돈을 마냥 쏟아붓는 것으로 세계 1위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저평가할 것도 없지만, 과대평가하는 것은 더 문제다. 남이 믿지 않는데 스스로 잘났다고 외치면 의심만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