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외국인 투자자는 '이상 급증' 현상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 수 증가 폭이 최근 10년새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그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조세회피처인 케이만아일랜드 외국인 투자자는 10년새 약 4배로 증가해 가장 눈에 띄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주식과 상장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3만7천611명으로 전년 말보다 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10년 전인 2003년 말 1만5천335명으로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2006년(2만635명) 2만명 선을 넘은 데 이어 2010년(3만1천60명) 3만명 선도 돌파했다.

최근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 증가 폭은 최근 10년새 최저였다.

매년 10% 안팎에서 늘었던 외국인 투자자가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말에는 전년 말보다 11.9% 늘기도 했다.

이후 증가 폭은 2009년 8.7%, 2010년 11.0%로 증감을 반복하다가 이후에는 줄곧 감소세를 보여 2011년 8.3%, 2012년 6.1%에 이어 지난해에는 5%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외국인이 지난해 사들인 상장주식 규모는 4조7천240억원에 그쳐 전년(17조6천300억원)보다 73.2%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 중 개인은 26.3%인 9천904명이고 기관이 73.7%인 2만7천707곳이다.

기관 중에는 투자회사가 1만6천764곳으로 가장 많고 연기금 2천54곳, 증권사 840곳, 은행 677곳, 보험사 443곳, 기타 6천929곳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3.5%인 1만2천598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3천535명, 케이만아일랜드 2천907명, 영국 2천254명, 캐나다 2천135명, 룩셈부르크 1천480명, 태국 1천217명, 대만 1천2명 등의 순이었다.

기타 국가는 9천631명이다.

지난 2004년 말 투자자가 불과 780명이던 케이만아일랜드는 지난해 말 2천907명으로 늘어 약 10년새 3.7배로 증가했다.

케이만아일랜드는 조세회피처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곳이다.

같은 기간에 전체 외국인 투자자가 2.2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케이만아일랜드 투자자의 증가 폭은 훨씬 크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인 투자자의 상장주식 보유규모는 171조3천52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432조2천420억원)의 39.6%를 차지했고 뒤이어 영국 42조4천610억원(9.8%), 룩셈부르크 26조7천200억원(6.2%), 싱가포르 22조3천620억원(5.2%) 순이었다.

영국과 룩셈부르크가 외국인 투자자 수에서는 4위와 6위지만 보유 규모가 2위와 3위에 오른 것은 양국에 대규모 투자은행(IB) 등 기관투자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 수에서는 2위인 일본은 주식 보유액은 6조3천84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1.5%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