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동물캐릭터 ‘헬로키티’의 국내 사업권을 둘러싼 일본 원작사와 한국 중소기업 간 소송에서 법원이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다국적기업의 부당한 사업권 회수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사례다.

헬로키티 소송전, 다윗이 골리앗 이겼다

○“시장 키우자” 합작법인 설립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재판장 천대엽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헬로키티 저작권자인 산리오재팬(대표 수지 신타로)이 한국 내 캐릭터 라이선싱 공동사업자였던 김영철 지원컨텐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소송(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에서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산리오재팬은 지난해 전 세계 107개국에 헬로키티와 관련된 상품과 캐릭터 사용권을 팔아 총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다국적기업이다.

지원컨텐츠는 1998년부터 국내에서 헬로키티 사업을 해오며 시장을 키웠다. 이후 지원컨텐츠는 ‘헬로키티 사업을 더 키우자’며 산리오재팬에 캐릭터 라이선싱 공동 사업을 제안했다. 지원컨텐츠와 산리오재팬은 6 대 4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조건으로 2008년 ‘아이시스컨텐츠’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은 캐릭터 사용권을 현지 기업에 주고 저작료를 받는 사업이다.

헬로키티 합작법인의 라이선싱 사업 수익은 2008년 40억원대에서 2011년 150억원대로 늘었다. 전체 헬로키티 관련 시장은 5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갑작스런 계약 해지와 부도

산리오재팬은 2011년 말 갑작스럽게 지원컨텐츠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100여개 국내 제조·유통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이유는 ‘김 회장이 아이시스컨텐츠 매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4년간 산리오재팬에 줘야 할 배당금 46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원컨텐츠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뒤 거래가 모두 끊겨 부도가 났다. 지원컨텐츠는 현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산리오는 2012년 2월 김 회장 등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피해배상 민사소송 제기”

재판에서 이긴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은 현지 기업이 키워놓은 시장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탈취하려는 다국적기업의 음모와 횡포에서 출발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산리오재팬은 매출 축소 등의 혐의가 있다면서도 이를 해명할 최소한의 시간과 기회도 우리에게 주지 않고 바로 해지 통보를 했다”며 “지원컨텐츠와 계약 해지를 통보한 다음날 100여개 한국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도 ‘기획’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또 “산리오재팬 본사는 계약 해지 이전에도 연말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 5억~10억원씩 계약을 떠안기는 밀어내기식 거래를 강요했다”며 “한국의 어떤 대기업도 그런 식으로는 영업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 회장은 산리오재팬의 계약 해지로 입은 피해(500억원 주장)를 배상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지원컨텐츠 투자자들과 채권단 측도 비슷한 규모의 민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리오코리아 측은 “사기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지만 검찰이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