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G전자 제품 전시회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LG그룹 제공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G전자 제품 전시회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LG그룹 제공
“앞으로의 경영 상황은 위기 그 자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던진 새해 첫 번째 화두는 ‘위기’였다. 구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그룹 임직원 새해 인사모임에서 “임직원 모두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선도’와 ‘과감한 투자’를 강조했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화두를 제시한 것이다. 그가 위기론을 꺼내든 건 올해 LG가 처한 대내외적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리스크, 정보기술(IT)분야의 경쟁 심화 등 리스크가 수두룩하다는 게 올해를 내다보는 구 회장과 LG의 인식이다.

○새해 경영 키워드는 ‘위기 관리’

구 회장이 위기론을 펼 만큼 올해 국내 기업이 처한 경영여건은 좋지 않다. 그는 신년사에서 “원화 강세와 경기 회복 지연 등 경제 여건은 여전히 어렵고, 선도 기업의 독주는 더욱 심해지고 다른 범주에 속하던 기업과의 경쟁도 많아졌으며, 앞서 나가던 기업들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기회를 놓치고 그동안 쌓은 아성마저 무너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불안 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지난 2년간 회복세를 보이던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 회장은 이에 따라 지난 15~16일 이틀간 LG인화원에서 주재한 ‘글로벌 CEO전략회의’에서 거시경제의 흐름을 재점검했다. 이날 전략회의에서 LG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기술혁신과 변화’(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 ‘국제정세 변화’(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에 대한 강의와 토론을 벌였다. CEO들은 국내외 금융환경 변화와 관련해선 엔저 현상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재정구조가 취약한 신흥시장의 금융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나아가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 회장은 이에 맞춰 세 가지 경영전략에 집중할 것을 CEO들에게 주문했다. △주력 시장에서 선도 상품을 반드시 만들어내고 △대외 금융여건 변화에 따른 내실경영에 주력하며 △급속한 기술 변화에 대응할 원천기술 투자와 계열사 간 기술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가진 자원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작은 움직임 속에서 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선도와 내실경영으로 위기 돌파

[갑오년 경영키워드] '위기관리'의 LG…시장선도 제품 올인
LG 계열사들은 안팎의 위기를 돌파할 방법을 찾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올해 ‘위기 대응’을 강조함에 따라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투자는 일단 소폭 줄이기로 했다. 스마트폰, TV용 패널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작년 초와 달리 올해는 16조원 정도를 투자할 예정이다. 사업분야별로는 원천기술 투자와 계열사 간 기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과 함께 TV 수요 감소에 맞춰 판매량을 늘리기보다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 예정이다. LG전자는 2012년 삼성·애플·화웨이에 밀려 세계 시장 점유율 3.8%에 그쳤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G폰 등을 내놓으면서 작년 점유율을 5% 가까이로 높였다. 올해는 무리한 점유율 경쟁보다 프리미엄 폰 위주로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신규 시설투자보다 경기 파주에 짓고 있는 8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기 라인과 중국 광저우의 8세대 LCD패널 공장 등 기존 투자를 마무리짓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이어 정보기술(IT) 기기 소형화에 맞춘 초박막·고용량 배터리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