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의 무거운 짐
지난 20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업무재해 첫 인정’이란 기사가 보도됐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에서 일하다 숨진 30대 남성에 대해 산재를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숨진 정모씨는 2012년 12월 협력사의 내근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정모씨가 평소 고혈압을 앓았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승소한 것이다.

사건을 자세히 취재해 보니 훈훈한 내용이었다. 협력사 사장 임모씨는 성실히 일해온 정모씨가 갑작스레 사망하자, 유족의 산재 신청을 앞장서서 도왔다. 장례비와 위로금으로 3000만원을 줬고, 유족이 직접 해야 하는 노무사 선임 및 산재 신청을 지원하기도 했다. 산재가 인정되면 회사의 산재보험료 부담이 늘고 위험사업장으로 지정되는 등 불이익이 따르지만 유가족을 위한다는 마음에서였다. 작년 8월 공단이 산재를 인정하지 않자 1000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행정소송을 내도록 도운 곳도 회사였다.

그러나 이 뉴스에 달린 댓글 중 상당수는 사실 관계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삼성 끝까지 버티다 꼴좋네…’ ‘이런 쓰레기 같은 회사의 제품 쓰지 말자’란 반응부터 ‘삼성이 이 기사를 그냥 놔둘 리가 없는데’라는 댓글까지 대부분 삼성을 일방적으로 탓했다.

사실 이번 산재 인정 판결과 삼성과는 직접적 상관이 없다. 알고 보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회사란 곳의 노사가 힘을 합쳐 근로자의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수많은 악성 댓글을 단 건 ‘삼성’이 관련된 탓인 듯했다. 진위를 따지거나, 앞뒤를 재지 않고 삼성이라면 부도덕한 기업이라며 손가락질하는 현상이 재연된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사들은 작년부터 위장도급 시비 등으로 시끄러운 상태다. 민주노총 등 외부 이익단체까지 개입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 무대에서 경쟁기업과 싸워야 하는 삼성은 또 다른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