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례 세명에너지 사장이 서울 문래동 본사에서 폐수열 히트펌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김광례 세명에너지 사장이 서울 문래동 본사에서 폐수열 히트펌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김광례 세명에너지 사장은 사업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여자가 이런 일도 하느냐’는 얘기다.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히트펌프 시장에서 대표직을 맡고 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부도난 남편 대신 사업

세명에너지는 폐수열 히트펌프를 생산하는 업체다. 폐수열 히트펌프는 수영장이나 사우나 등 물을 많이 쓰는 건물에서 버려지는 폐수의 저온열(10~30도)을 회수해 고온의 온수(50~80도)를 만들거나 냉난방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이다.

김 사장은 “거칠고 힘든 작업이 많아 엔지니어는 물론 거래처들도 ‘여자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이런 우려가 신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 설비, AS까지 총괄하며 세명에너지를 이 분야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김 사장은 AIG생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2000년 남편의 보일러 사업이 부도났기 때문이다. 남편이 개발한 히트펌프를 직접 팔면서 회사 경영에 나섰다.

김 사장은 “히트펌프 한 대를 사려면 평균 3500만~7000만원이 든다”며 “사업 초기엔 연료비를 25%밖에 절감하지 못해 고객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냉난방 관련 전문가를 적극 영입했다. 이런 노력 등으로 60%가량 연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타사 제품도 AS

김 사장은 제품 제조에서부터 배관·설비, AS를 전부 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했다. 김 사장은 “현장에 따라 설비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이를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효율이 20% 정도 떨어지고 고장이 잘 난다”며 “사후관리까지 모두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히트펌프 사업을 시작한 2006년 매출은 2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7억원을 기록했다. 직원도 20명으로 늘어났다. 거래처도 늘어 최근엔 수영장, 사우나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리조트, 골프장, 체육센터 등에도 설치했다.

김 사장은 “히트펌프가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제품도 많아 고객들이 불안해한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평생 AS를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회사 제품에 대해서도 AS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몇 년 뒤 재구매할 땐 우리 제품을 써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원 교육에도 투자

김 사장은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것 이외엔 경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며 “조직을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 많은 스승들을 모시고 적극적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한 기업의 전문경영인을 지낸 사람을 고문으로 영입해 경영 수업을 듣고 있다. 경영 컨설턴트들과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직원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를 통해 일본 도요타, 미라이공업 등 주요 기업에서 전 직원이 산업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작은 회사에서 굳이 경영 수업과 교육에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며 “꾸중을 들어가면서 공부한 결과가 좋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올해 매출 8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관공서 부문 등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모래성 같은 기업이 아닌 내실 있고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