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기자 ] 트러스트어스(Trust Us)는 재야에 묻혀 있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었다. 2012년 애플 앱스토어에서 '파격적인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된 '예약왕 포잉(이하 포잉)'을 인수하기 전까지 얘기다.

트러스트어스는 포잉을 만들어 키운 파이브락스(구 아블라컴퍼니)로부터 개발과 운영권을 넘겨받으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포잉을 인수한 후에는 불과 2개월 여 만에 평균 트래픽을 3배 가량 증가시키며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스타⑬] '파격적인 서비스 앱' 예약왕포잉, 또 다른 색깔을 입는다
정범진(26) 트러스트어스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장기전으로 돌입할 태세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가 초반에 보여준 성과, 그 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정 대표가 왜 포잉을 인수하고, 또 어떤 색깔을 입히고 있는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예약왕 포잉' 스타트업계 상생 모델로

"처음 트러스트어스가 포잉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뭐지?' 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트러스트어스는 눈에 띌 만한 서비스를 내놓았던 스타트업이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잉을 인수한 것은 기존 서비스인 '마이부킹'과 시너지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파이브락스와 트러스트어스의 결정을 '상생'이라고 표현한다.

레스토랑 예약 앱인 포잉은 파이브락스가 2012년 7월 출시한 후 애지중지하며 키운 서비스다. 이용자가 포잉에서 레스토랑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하면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대신 해준다. 가맹식당을 찾아 발로 뛰어야 하는 영업 부문을 기술로 해결했다.

다만 파이브락스는 특화된 모바일 게임 분석 서비스에 집중키로 했고, 지난해 12월 트러스트어스에 포잉을 매각했다. 트러스트어스는 2012년 6월 처음 얼굴을 내민 후, 음식 큐레이션 서비스인 '마이부킹'을 한창 운영하고 있었다. 음식과 관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무기였다.

"스타트업은 팀 성격에 따라 맞는 서비스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파이브락스와 트러스트어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트러스트어스는 맛집이 진짜 맛집이 아닌데 착안해 '마이부킹'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광고가 맛집을 만들고 있는 상황을 넘어서고 싶었던 거죠. 제대로 된 컨텐츠를 쌓고, 예약 서비스를 추가하자고 했을 땐 이미 포잉이 자리잡고 있었어요"

◆ 포잉 기본기에 제휴 서비스를 강화하다

당시 멘토가 필요했던 정 대표는 노정석 파이브락스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찾아갔다.

사업과 관련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포잉 인수 이야기가 진행됐다. 트러스트어스와 파이브락스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발표했지만, 운영을 위한 인수인계 작업은 11월부터 시작됐다.

"포잉을 인수하면서 예약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과 제휴가 안돼 있다는 점이 가장 특이했습니다. 이용자가 예약을 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레스토랑에 전화를 겁니다. 레스토랑에는 예약 내용이 기계음으로 전달되죠. 때문에 간혹 스팸전화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 부분을 우선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레스토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휴를 맺고 있다. 관리자 앱도 따로 만들어 서비스를 강화했다. 포잉이 1년 여 동안 기본기를 다져놓았기 때문에 한층 수월하다고 한다.

컨텐츠 양은 줄였지만, 질은 높였다. 포잉에는 전국 약 2만7000개 레스토랑의 정보가 등록돼 있었지만, 최근 1만5000개로 줄였다. 앞으로는 1만개 레스토랑 정보만 제공할 계획이다. 예약이 녹록치 않은 레스토랑의 정보는 과감히 삭제한다는 뜻이다.

◆ "최대한 버틴다"…광고 없이 장기전 돌입
[스타트업! 스타⑬] '파격적인 서비스 앱' 예약왕포잉, 또 다른 색깔을 입는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서비스는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이 한마디에 향후 정 대표의 계획도 다 들어있다. 광고 사업모델을 섣불리 도입하지 않고, 서비스를 강화하는 장기전을 펼치겠다는 얘기다. 그래야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스토랑에는 고객이 포잉을 통해 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레스토랑들은 홍보를 하려는 니즈가 100% 있지만, 광고비가 비싸다보니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포잉은 광고 없이도 예약이 가능한 마케팅 툴이 되는 것이고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솔직하고 신뢰도 높은 레스토랑 정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 대표는 올해 서울 레스토랑에 관한 정보를 50% 이상 보강할 계획이다. 서울권 이용자가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사업모델 도입을 늦추는 대신에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음식점과 호텔평가 업체 '자갓', '오픈테이블'과 같이 오래된 해외 서비스로부터 힌트를 얻고 있다.

정 대표는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곧 휴학을 하고 창업을 시작했다. 순간순간 의미 있는 일을 찾은 결과라고 한다.

정 대표 옆에는 플루리스트인 친누나 정인아(마케터·30) 씨와 고등학교 동창인 이성수(COO·26) 씨 등이 발벗고 나서 함께하고 있다. 이들이 의기 투합해 만든 회사 이름은 트러스트어스다.

"대기업,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도 사업을 합니다. 제일 중요한 컨텐츠를 신뢰도 있게 제공해 포잉을 '국민 서비스'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단 하루 만에 지은 이름, 트러스트어스는 '우리를 믿고 서비스를 써달라'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