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적외선 체열촬영, 냉부하검사, 스트레스검사, 맥진·양도락검사 등이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피부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에너지를 이용, 신체 부위별로 온도를 측정하는 적외선 체열촬영을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수족냉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적외선 체열촬영, 냉부하검사, 스트레스검사, 맥진·양도락검사 등이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피부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에너지를 이용, 신체 부위별로 온도를 측정하는 적외선 체열촬영을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얼음장' 같은 당신의 손발, 추위 탓만일까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장모씨(45)는 몇 년째 겨울만 되면 유난히 손발이 시리고 저릿저릿해 고생하고 있다. 손발저림, 즉 수족냉증(手足冷症)이다. 다른 사람들은 별로 춥지 않다고 하는 날에도 손과 발이 유난히 차갑고, 장을 보러 가거나 산책을 할 때도 양말을 세 켤레씩 겹쳐 신고 면장갑에 가죽장갑을 덧끼워야 했다.

장씨는 견디다 못해 얼마 전 병원을 찾았다. 손·발목의 혈압을 비교하는 동맥경화협착검사 결과, 손·발끝 혈관에 노폐물이 끼어서 피가 공급되지 못하는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받았다.

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겨울철 난방이 잘되는 실내에서도 유난히 손발이 차갑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며 “손발이 차가운 것을 체질 탓이라거나 나이가 들면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손발저림(수족냉증)은 만성동맥경화의 하나인 말초동맥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혈관 수축해 발병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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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무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교수는 “손발이 차갑고 저린 증상이 몹시 심하거나 손발 끝이 하얗게 변하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액 속의 산소와 각종 영양분이 손발 근육과 세포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손발이 저리고 차가워진다는 것이다. 병이 진행되면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고 주름이 잘 지면서 상처가 나도 빨리 아물지 않는다. 남성은 다리에 난 털이 점점 줄어들기도 한다. 수족냉증은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자율신경의 흥분 정도가 심한 경우에 자주 나타난다. 따라서 평소 걱정이 많고 불안·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에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한 다음 약물요법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발목·팔 혈압 비교해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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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동맥질환은 일단 시작되면 악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기 진단과 치료가 다른 어떤 병보다 중요하다. 김윤덕 서울시북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병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지만 병이 진행돼 혈관이 심하게 막히면 염증이 생기고 썩어 들어가 해당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손보다 발이 더 심하며 발의 경우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염증이 생길 때까지 놔두면 10명 중 3~4명꼴로 절단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통 수족냉증이 말초동맥질환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발목과 팔에서 잰 수축기 혈압을 비교해야 한다. 발목의 수축기 혈압이 팔의 수축기 혈압 대비 90% 미만이면 말초동맥질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피부 표면에 자연 방사되는 적외선을 카메라로 감지해 이를 온도로 표시하는 적외선 체열진단기기를 많이 사용한다.

○흡연은 수족냉증의 가장 큰 원인

이 교수는 “수족냉증의 원인이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되면 우선 혈전용해제와 고혈압약 중 말초동맥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품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은행나무잎 성분의 혈액순환개선제도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은행나무잎 성분 제제를 많이 처방한다는 설명이다. 말초동맥이 거의 막혔다면 일반적으로 인공혈관을 이용한 혈관우회수술을 시도한다. 막힌 부분을 돌아가게 해서 막힌 혈관의 파열을 방지하는 시술이다.

말초동맥질환도 관상동맥질환과 마찬가지로 위험 인자를 멀리하고 평소 예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단 발병한 경우 진행을 억제하는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김윤덕 교수는 “흡연은 체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전(피떡) 등의 찌꺼기를 혈관 내에 만들면서 혈류 흐름에 장애를 일으켜 수족냉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위험요소”라고 말했다.

○비타민 섭취하고 반신욕으로 혈액순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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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냉증을 겪는 사람들은 땀이 약간 날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온을 높여준다. 또 신경 기능 활성화를 돕는 비타민 B1·B12 등이 많이 함유된 비타민제 복용도 도움이 된다. 철분과 비타민F가 많이 들어 있는 사골탕, 소 간, 콩, 우유, 찹쌀 등도 좋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는 손발을 차갑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므로 과로·과음을 피하고 되도록 짜게 먹지 말아야 한다. 평소 반신욕·족욕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목욕물에 말린 무잎이나 쑥, 창포, 귤껍질, 유자 등을 넣으면 더욱 좋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손뼉치기는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하루 5회 정도 50회 이상 손뼉치기를 하면 손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혈액순환에 좋다. 생강차, 인삼대추차, 당귀차, 구기자차 등도 수족냉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김병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이진무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