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한국 공무원이 OECD에서 가장 적다고?
공무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관심 분야라 뉴스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물론 ‘너무 많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지레짐작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많지 않다’고 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왜 일까.

전혀 예상 밖 결과에 몇 가지 더 물었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많지 않다’고 답한 사람 대부분은 기사를 끝까지 읽은 사람들이었다. 이 뉴스를 보도한 대다수 매체는 기사 말미에 통계수치를 발표한 안전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의 공무원 인력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으로 총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의 3분의 1인 5.7%에 불과하다.” 이 발언이 그대로 보도됐고, 독자들은 액면 그대로 믿은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의 말이 과연 맞을까. 우선 OECD 통계부터 찾아봤다. 당장 안행부의 꼼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숫자는 정확했다. 하지만 안행부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한국 통계는 평균에 계산되지 않았다는 주석 말이다. 한마디로 쓸모없는 통계라는 얘기다. 그런 숫자를 평균과 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OECD가 한국 공무원 통계를 무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혀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서다. 그러면 국제기준으론 한국의 공무원 수는 몇 명이나 될까. 과거 자유기업원 같은 민간이 추산해 본 적은 있지만, 정부는 이런 통계를 내 본 적이 없다.

주먹구구식이다. 그래도 헤아려보자. 일단 일반공무원이다. 100만6474명이다. 정부가 며칠 전 발표한 바로 그 수치다. 이게 OECD에 제출되는 통계다. 다음부터가 국제기준으로 계산하려면 공무원에 포함시켜야 하는 인력이다. 먼저 비정규직이다. 2012년 말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36만255명이다. 많기도 하다. 그 다음이 공공기관 종사자다. 선진국은 공기업도 구분해서 공무원에 포함시키지만 여기서는 모두 제외하겠다.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다. 다만 공기업을 제외한 비영리 공공기관 종사자는 포함시켜야 한다. 15만6600명이다.

395개 지방공사 및 공단 직원들도 포함시켜야 한다. 6만7662명이다. 중등 사립학교 교원이라도 정부 지원을 받으면 공무원이다. 7만4000명이다. 여기에 빠뜨리면 안 되는 것이 군인이다. 북한과 대치하는 특수성이 있다지만 선진국은 징병제라고 해도 전원 공무원으로 분류한다. 그래도 OECD 국가의 평균 비율 정도만 군인 수를 포함시켜 보자. 그렇게 계산하면 22만~23만명 정도다. 여기에 사회복무요원이 5만명, 의경이 2만명이다.

빠뜨린 건 없나 모르겠다. 이제 더해보자. 줄잡아 200만명이다. 정부 발표의 2배다. 물론 이 숫자도 엉터리다. 추산조차 불가능한 임시직이나 파트타이머, 제3섹터 종사자는 아예 계산에 빠져 있다. 도대체 한국의 공무원은 몇 명이라는 얘기인가.

일본이나 독일 수준을 뛰어넘어 미국이나 캐나다와 어깨를 견주는 공무원 천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OECD 국가에서 가장 공무원 수가 적다고 엄살을 피운다. 혹세무민(惑世誣民)이 따로 없다.

공무원에게 천국이면 민간에는 지옥이다. 공무원 수를 줄이고, ‘규제 전봇대’를 다 뽑아내겠다고 장담한 것은 이명박 정부다. 그러나 5년간 공무원은 1만1000명 늘었고, 중앙 규제는 1500건 늘었다. 박근혜 정부도 벌써 공무원을 5000명이나 늘렸다. 그들의 규제 본능에 ‘손톱 밑 가시’는 더 늘어났을 뿐이다.

부패도 여전하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의 65.5%는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히 생각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국가 최하위권이다.

공무원만 천국이 아니다. 한국 공기업 자산규모는 세계 최대다. 경제의 효율이 높을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고용률을 높인다며 공무원을 마구잡이로 늘리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의지는 흔적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에 독이 켜켜이 쌓인다. 이런데 무슨 창조경제가 가능하고, 무슨 경제혁신이 먹혀들겠는가.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