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 빅뱅 下] 신세계·홈플러스, '담배 가게' 탐낸 진짜 속내
[ 정현영·노정동 기자 ] 1인 가구가 주도하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소형 유통채널이 매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성장률을 웃도는 것이 그 증거다.

1인 가구 수는 20여년 전보다 3배 이상 불어났다. 1985년 6.9%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은 25.3%(2011년 말 기준)까지 치솟았다. 2035년엔 3가구 중 1가구꼴(34.3%)로 1인 가구 비중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 패턴도 확 바뀌고 있다. 이 소매 시장에 이마트와 홈플러스까지 가세했다. '편의점 빅뱅'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전체 담배 판매 중 절반 이상이 거래돼 이른바 '담배 가게'로 불려온 편의점의 향후 변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자체 브랜드 PB·PL 상품, 실핏줄 유통으로 수익성 극대화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지난 5일 편의점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신세계는 이로써 백화점 등 종합쇼핑몰 → 하이퍼마켓(이마트) → 슈퍼마켓(이마트 에브리데이) → 편의점(위드미)으로 이어지는 오프라인 유통채널 라인을 모두 갖췄다.

신세계가 편의점 시장에 뛰어든 사실에 업계는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유통 사업에서 다른 채널보다 정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편의점 시장을 '유통공룡'이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도 마찬가지다. 2011년 12월 처음으로 '홈플러스365(현 365플러스)'라는 간판을 내걸고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홈플러스는 첫해 3개, 2012년 12개, 지난해 50개 등 눈에 띄지 않는 속도로 매장을 늘려 왔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지난해말 미국에서 연 한 강연에서 "10년 내 홈플러스 간판을 단 매장을 5000개로 늘리겠다"고 선언, 앞으로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설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대형마트보다 출점이 쉬운 편의점 내세워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경영전략임을 시사했다.

먼저 신세계와 홈플러스는 기존 대형마트에 비해 정부의 규제 허들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PB·PL(Private Brand·Private Label) 상품을 적극 확대해 수익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다수다. '365플러스'는 이미 자체 PB 상품을 진열대에 올려 판매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면 원가의 약 40%에 해당하는 마케팅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유통 전문가들을 분석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고 충분히 저렴한 가격 탓에 별도의 프로모션이 불필요하기 때문인데 통상 PB상품의 매출총이익률은 일반 상품(30%)보다 높은 40~50%로 집계됐다.

한 마디로 최대한 많은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매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1000ml 흰 우유의 경우 대형 제조사 제품과 동일한 원유를 사용해 품질에 차이가 없지만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유통사 PB 제품이 500원 이상 저렴하다"며 "많은 매대에 올려놓고 인지도만 심어준다면 PB 제품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달 초 경영전략 임원 워크숍 자리에서 "향후 자체상표 상품(PL) 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저성장 시대에 점포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입에서 물류까지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 정부 '규제 쓰나미' 우회로 확보…새로운 영토 확장

정부의 '산더미 규제' 역시 이들의 편의점 사업 진출을 재촉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규모 점포 개설시 상권영향기술서, 지역협력계획서 등이 포함된 상권영향평가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제도를 적용받아 신규 출점 등이 제한을 받고 있다.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도 적용받고 있다. 월 2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고,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2012년 각각 4개와 9개의 매장을 새로 열었으나 지난해에는 각각 2개와 6개를 내는데 그치는 등 규제의 영향이 바로 나타났다.

반면에 편의점은 매장의 대부분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비교적 정부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250m 안에서 동일한 브랜드의 편의점은 출점할 수 없다는 모범거래기준을 시행했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영업지역 보호를 목적으로 200m 이내에 동일 점포를 출점하지 않아 왔던 만큼 사실상 규제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신세계가 인수한 위드미와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365플러스는 현재 전국 매장수가 각각 80여개와 50여개에 불과해 7000~8000개씩 소유하고 있는 CU·GS25·세븐일레븐 등 '빅3' 사업자에 비해 규제 없이 개척할 수 있는 영토가 수두룩한 셈이다.

'바잉파워' 무기로 몸집 불리기 가속화할 듯

'바잉파워'를 지닌 대형마트가 '가격협상력과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 편의점 시장이라는 것도 눈독을 들여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편의점 시장은 대형마트와 달리 대부분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므로 계약기간 종료와 동시에 얼마든지 간판을 바꿔 다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매장 확보는 '머니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대기업 자본을 등에 업고 있는 신세계 등이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365플러스 등이 운영 중인 형태를 레귤러 편의점으로 불리고, 이번에 신세계가 인수한 위드미는 로열티 거래 없이 제품 공급만 담당하는 상품공급점 형태다.

하지만 상품공급점 사업을 진행하다가 레귤러 편의점으로 사업 형태를 바꾸는 데에는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는 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사업 형태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위드미의 경우 간판이나 실내 인테리어 등 콘셉트와 운영방식 등을 놓고 신세계 TF(태스크포스) 내에서 방법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일단 단기적으로는 상품공급점 형태로 가겠지만 운영사업을 안 한다고 못박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목 상권을 포함해 국내에는 현재 10만곳 가량의 일반 소매점이 있다. 이 가운데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25%(2만4500곳)에 불과하다.

또 다른 전문가는 "편의점 경영전략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입지"라면서 "입지가 좋은 곳에 기존 소매점이 장사를 하고 있어도 경쟁 점포를 열어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