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물류창고 > 배송 대행업체인 ‘몰테일’ 직원들이 12일 서울 가산동 물류센터에서 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한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바쁜 물류창고 > 배송 대행업체인 ‘몰테일’ 직원들이 12일 서울 가산동 물류센터에서 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한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내 여성의류 전문 쇼핑몰 ‘미아마스빈’의 강병석 대표(36)는 2012년 5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로 된 해외 쇼핑몰을 열었다. 국내 쇼핑몰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것.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쇼핑몰을 운영한 지 1년반 만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일문(日文)몰의 매출은 25억원을 기록했고, 중문몰과 영문몰까지 합치면 총 매출 규모는 40억원에 달했다. 그렇다고 쇼핑몰에 큰 변화를 꾀한 것도 아니다. 외국어 사이트 세 곳을 만드는 데 든 돈은 단돈 300만원. 대부분이 번역비였다. 강 대표는 “화보식 촬영과 상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 저렴한 가격 등 국내 쇼핑몰만의 장점이 외국 소비자에게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커지는 ‘역직구’ 시장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해외 소비자를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끌어들이는 ‘역(逆) 직접구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몰에서 상품을 사들이는 ‘직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역직구’로 불린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2012년(1조970억달러)보다 18.3% 증가한 1조29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에는 1조9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각국의 해외 직구 규모는 14%(1817억달러)로 추산된다.

한국 최대 판매처인 중국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중국 온라인 유통시장 규모가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인의 온라인 지출은 2124억달러로 미국인의 2287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박필재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 수는 매년 3500만명이 늘어날 정도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온라인 수출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와 아마존(이상 미국), 타오바오(중국), 라쿠텐(일본) 등 4개 회사를 통한 온라인 수출 규모는 2012년 220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22조1306억원)의 0.9% 수준이다.

◆복잡한 관세 절차에 밀수출도

해외 소비자의 국내 쇼핑몰 이용 추세가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는 복잡한 관세 절차와 높은 배송 비용 등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 온라인 셀러(판매자)인 이정우 대표는 최근 관세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 두 명을 새로 고용했다. 수출 업체는 물품을 수출할 때 업체명, 항공편, 반출사유 등 A4 용지 한 장 분량에 달하는 복잡한 수출신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150~200개의 물품을 해외 배송하는데 행정 업무에만 제품당 5분, 하루 16시간 이상 든다. 이 대표는 “1만~5만원 정도의 소액 물품이 대부분인 온라인 수출업체는 이 같은 수출 신고 절차를 위한 전담 인력을 고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출의 10%인 부가가치세 환급을 포기하고 수출 신고를 하지 않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출신고 없이 수출하면 이는 밀수출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청과 관련 업계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관세 신고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며 소액 수출 품목에 한해 ‘일괄 신고제’를 운영해달라고 건의했지만 관세 당국은 ‘복지부동’이다.

경쟁국에 비해 해외 배송 비용도 비싸다. 예를 들어 100g짜리 물건을 미국에 배송할 때 한국은 4870원이 드는 반면 중국은 1896원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 온라인 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이패킷(e-packet) 제도’를 도입, 배송료의 상당 부분을 보조해주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