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4’ 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7일(현지시간) ‘갤럭시 기어’로 BMW의 전기차 i3를 제어하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4’ 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7일(현지시간) ‘갤럭시 기어’로 BMW의 전기차 i3를 제어하는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4년은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4’ 기조연설에서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은 이렇게 밝혔다. 그의 말처럼 ‘CES 2014’의 대표적인 화두 중 하나는 만물인터넷의 부상이다.

"잘 자"하면 TV 꺼지고…스마트워치로 차량 제어하고
인터넷은 PC와 모바일 등 IT기기를 넘어 주택과 자동차, 헬스케어 장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포드와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은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채용한 차를 전시했고, 삼성 LG전자 등은 모바일 기기와 연결해 작동할 수 있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선보였다. 퀄컴 인텔 등은 기기들을 쉽게 연동시키기 위한 각종 반도체를 주력 제품으로 내놨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시대가 만물인터넷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챔버스 회장은 “만물인터넷은 차나 냉장고 헬스케어장비들을 잇는 정도가 아니고, 그것들을 포함한 모든 것의 조합”이라며 “앞으로 인터넷 혁명이 일어난 뒤 발생했던 변화보다 10배는 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만물인터넷 확산에 따른 사업기회는 향후 10년간 19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진 가전, 스마트홈

‘We will be going on a trip for 3 days(우리 3일간 여행 갈거야)’라고 보내면 세탁기가 ‘Have a great time(좋은 시간 보내세요)’라고 답한다. 곧이어 오븐은 ‘I’m going to miss you(보고 싶을 거예요)’라고 대화를 이어가고 냉장고는 ‘Switch to Vacation Mode?(휴가 모드로 바꿀까요)’라고 질문한다.

CES에서 LG전자가 선보인 ‘홈챗(HomeChat)’ 서비스다. 스마트폰 채팅으로 스마트가전제품과 친구처럼 일상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세탁기와 오븐, 청소기와 냉장고도 홈챗으로 연결돼 있다. 냉장고를 불러 어떤 음식이 보관돼 있는지 물으면 우유와 달걀, 치즈 등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준다. LG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연어처리 기술과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을 기반으로 했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홈 가전을 공개했다. 갤럭시S4에 ‘MOVIE(영화)’라고만 얘기하면 조명이 어둡게 조정된다. 사운드 바가 켜지고 바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잠이 올 때는 ‘Good Night(굿나잇)’이라고 인사하면 TV가 꺼진다. 집안의 모든 가전을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 갤럭시 기어 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소니, 파나소닉뿐 아니라 창훙, 하이센스, 하이얼 등 중국업체도 스마트홈을 주력 상품으로 전시했다. 개별 가전의 스마트화를 넘어 기기들끼리 연결성을 강화한 미래 가정의 새로운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스마트홈 서비스 가전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커넥티드카, 드라이브리스카로

올해 CES엔 아우디, BMW, 포드,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 역대 가장 많은 9개 자동차업체가 참가했다. 자동차가 모바일과 연동(커넥티드)되면서 전자 제품처럼 여겨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7일(현지시간) 아우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울리히 하켄버그 폭스바겐 R&D 총괄은 “연구개발(R&D) 중인 혁신적인 기술의 90%는 전기·전자와 관련된 것”이라며 “자동차 곳곳의 센서에서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안전한 운전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우디는 올해 CES에 세계 최초로 롱텀에볼루션(LTE) 시스템을 적용한 A3 세단을 전시했다. ‘아우디 커넥트’라는 이 기술로 자동차는 하나의 거대한 모바일 기기가 된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온라인 접속 상태를 유지해 게임을 즐기고 스트리밍으로 비디오도 볼 수 있다.

‘파일럿 드라이빙’이라는 자동 운전 기능도 선보였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꽉 막힌 길에서 ‘파일럿 드라이빙’을 켜면 센서가 앞차와의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 주는 식이다.

웨어러블 기기와의 접목도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BMW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의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로 BMW의 전기차인 i3를 제어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배터리 충전 정도뿐 아니라 문이나 선루프가 열렸는지도 갤럭시 기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갤럭시 기어로 시동 켜는 것을 명령하고 i3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전송도 가능하다.

벤츠 역시 ‘패블 스마트 워치’를 통해 주유 상태와 주차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현대차는 블루링크용 ‘구글글라스 앱’을 선보였다. 구글글라스로 시동을 걸거나 서비스 센터의 정비 예약도 할 수 있다.

◆반도체 업체엔 엄청난 기회

만물인터넷의 핵심엔 센서, 커넥티비티 등 시스템 반도체가 있다. 아우디의 자동 운전 기술에도 엔비디아의 테그라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이 때문에 퀄컴 인텔 엔비디아 등 반도체 회사뿐 아니라 보쉬 같은 자동차부품 회사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퀄컴이 공개한 스냅드래곤 802 프로세서는 최신 스마트 TV와 스마트 가전에 탑재될 제품이다. 머시 렌더친탈라 퀄컴테크놀로지 부사장은 “퀄컴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 TV분야에서도 특화된 역량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쉬의 베르너 스테루트 회장은 “2015년이면 수십억~수백억개의 기기들이 연결될 텐데 반도체, 센서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쉬는 최근 보쉬커넥티드디바이스&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새로 만들어 센서를 개발중이다. 그는 “오토스톱 기능, 차선유지 기능 등을 위해 지난해 100만개의 레이더센서를 팔았는데 2016년에는 수요가 1000만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1999년 MIT대학에서 내놓은 개념. 기기 간 인터넷 연결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은 그보다 발전된 개념이다. IT기기뿐 아니라 가전, 자동차, 집 등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 연결 기기가 늘어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김현석/윤정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