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심상치 않다. 코스피지수는 새해 들어 이틀 연속 떨어져 1940선까지 밀렸다. 이틀 사이에 벌써 65포인트나 내려 하락률이 3.2%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간판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예상하고 주식을 대거 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환율 변동이 예사롭지 않다. 원·엔 환율은 엊그제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100엔당 1000원이 다시 깨지며 997엔까지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 역시 장중 한때 5년여 만에 달러당 1050원 밑으로 하락했다. 어제는 원·엔 및 원·달러 환율이 비록 소폭 반등했지만 추세적 하락세는 지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엔저가 계속돼 엔·달러 환율이 연말 달러당 110엔까지 올라 원·엔 환율이 100엔당 96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각각 금융위기 전인 2007년 12월(달러당 112엔)과 2008년 8월 말(100엔당 987원) 수준으로 갈 것이란 경고다. 외국인들이 국내 간판기업들의 어닝 쇼크를 우려하는 이유다.

원화 강세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과 일본의 유동성 살포가 1차 원인이라고 봐야겠지만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수입 감소 속에서 수출이 소폭 늘어나는 데 따른 ‘불황형 흑자’다. 이는 투자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기업들이 투자를 못하니 설비 자재 등의 수입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 이 게 엔저와 맞물려 원고를 압박하는 것이다. 결국 투자를 늘려야 문제가 풀린다. 이미 기업의 이익 창출능력이 소진된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투자가 살아나야 흑자도 관리하고, 성장능력에 대한 우려도 사라진다.